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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깐학습법/맘샘이 쓰는 일기

혹시, 다른 과녁에 겨냥한 것은 아닌가?

by 법천선생 2011. 2. 21.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사격부문에서

가장 강력한 금메달후보였던 한 선수는

결승에서 0점으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유는 어이없게도 옆 사람의 표적지에 대고

‘정확하게’ 총을 쏘았기 때문입니다.

 

살다 보면, 애초에 조준 자체가 잘못된 상태에서

사격솜씨만 세계 최고 수준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정작 총을 쏘는 본인은 잘못된 표적지에

사격하고 있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못한 채로요.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어떤 일에 전력투구하는

과정에서 애초에 조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를 수시로 점검하는 일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과 실력이 동원되는

그래서 개인적으로 뿌듯한 성취감을 주는

일이라 해도 결국 그것이 사람의 생명을

끊어내는 살상무기를 만드는 일이라면

제작과정에서 멈칫하고 회의(懷疑)해야 옳습니다.

 

잘못된 표적지에는 아무리 정확하게

총을 쏴도 소용이 없습니다.

 

최고 수준의 사격솜씨를 보유하기 위해

그동안 내가 헌신했던그 불처럼 치열했던

시간들마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가끔 멈춰 서서 내가 어떤 종류의

명사수(名射手)인지를 곰곰이 따지다 보면

가슴이 서늘해지는 때가 더 많습니다,

 

아직도 저는요^^;;

[출처]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명사수|작성자 혜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