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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깐학습법/맘샘이 쓰는 일기

엄만 절대 너흴 버리지 않아!

by 법천선생 2011. 7. 4.

                               안 경 미 초교 5학년 母


 벌써 6년이 흘렀다. 그 일이 있은지…….

 큰아들 여섯살, 3월 쯤의 일이었다.

 “따르릉∼∼! ”

 전화벨이 울리고, 그 전화를 받은 나는 멍하니 그 자리에 꼼짝할 수 없었다. 아이를 잃어버렸단 남편의 말…….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난, 장난치지 말라며 소리쳤다. 남편의 목소리가 담담했었기 때문에……. 하지만 뭔가 내 머릿속이 까맣게 변한 것을 느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아이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을 흘렸다.

 

 직장을 다니며 친정에 맡겨 키운 것이 가장 미안했다.

 ‘이제 엄마 품에 산 지 고작 1년 밖에 안 되었는데…….

 그동안 못해 주었던 잠자리의 자장가와 읽어줘야 할 동화책도 있는데…….

 동생이 자꾸 방해해서 둘만의 달콤한 시간도 몇 번 안되는데…….

 어떡하니∼, 어떡하니∼, 울 아들 어디 가지 말고 기다려, 엄마가 갈게.’

 아이를 잃어버린 약국에 도착하니, 둘째 재원이가 앉아 사탕을 먹고 있었다.

 

남편은 경찰들과 큰아들을 찾으러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었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난 상점들을 다니며 여섯 살 난 남자아이가 울고 있는 걸 보았냐며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정신없이 여러 상점들을 뒤지고 다녔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묻고 또 물었다. 어디 있는 거니, 아들아…….

 

 혹시 몰라 동네언니한테 우리집에서 전화 좀 받아 달라고 부탁하고 온 지라, 전화를 했지만 아무 연락도 없다고 했다. 집안의 온 친척들을 다 불러 찾아 다녔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계관아, 엄마가 너한테 잘 못해 줘서 정말정말 미안해.”

 아이를 잃어버린 남편이 죽도록 미웠다. 같이 지내지 않아서인지 남편은 늘 작은 아이만 좋아하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한 말이 떠올랐다. 연년생 사내아이들은 키우기 힘들다며 큰아이는 어린이집 보낼 때까지 키워 주신 친정엄마도 미웠다.

 

 힘들어도 같이 키워야 했다. 난 엄마니까.

 2시간이 지난 즈음, 전화가 왔다. 우리집에 있던 동네언니였다.

 “계관이가 집에 왔어, 어서 와! 애가 많이 힘든지 방 침대에 업드려 있어.”

 ‘하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남편과 나는 집으로 오는 동안, 누군가 우리 아들을 알고 집에 데려다 주었나 보다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아들을 꼬옥 안아주었다. 아무런 말도 필요없었다. 진정이 된 듯 아들은 물을 달라고 했다. 누가 데려다 주었냐고 물었다. 아들은 자기 혼자 걸어왔다는 거였다.

 

 벌써 8시, 3월은 어두웠다. 로데오 거리에서 이곳 행구동까진 어른 걸음으로도 1시간이 더 걸리는데 말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아들을 꼭 안았다. 어떻게 해야 너에게 이 미안함을, 내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

 

 우린 종종 이런 말을 했다.

 “말 안 들으면 길에 내려놓고 갈 거야!”

 ‘우리 아들, 약국에서 약을 타는 동안 사라진 아빠와 동생을 찾다가 혼자 남겨진   자신을 보고 얼마나 놀랐을까?’

 

 ‘나만 두고 간 아빠…….’

 아들의 감정에 빠진 나는 목이 메여 눈물만 흘렸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흘린 그 말이 아들에겐 너무 크게 자리잡고 있었나 보다. 집으로 오는 내내 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울다가 뛰다가 걷다가 또 뛰고 뛰었을 것이다.

 

 겁이 유난히 많은 울 아들, 너를 어떻게 엄마 아빠가 버리겠니?

 사랑하는 아들아, 이렇게 돌아와서 정말 기쁘다.

 다신 말 함부로 하지 않을게.

 다시 한 번 마음속 깊이 다짐했다.


 겁 많은 우리 큰아들이 드디어 1학년이 되었다.

 기쁨도 잠시, 받아쓰기 공포가 시작되었다. 매일같이 10번씩 쓰기 연습을 시켰다. 그래도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20번씩 쓰기 연습을 했다. 큰 아들은 울며 떼쓰며 억지로 1시간이 넘게 연습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가끔 용기를 주며 잘하네 칭찬하면 그나마 나아졌다. 하지만 내 기대에는 전혀 미치질 못했다.

 

 또 하나의 복병 일기쓰기. 일기쓰기 숙제가 있는 날이면 아이와 난 전쟁을 치룬다. 그렇게 쓸 얘기가 없니? 그게 말이 연결이 되니? 적어도 10줄은 써야 되는데 더 써야지. 결국 아들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큰 아들은 글쓰기에 흥미를 잃은 것 같았다.

 

 아들과 나 서로 힘들고 사이만 나빠질 것 같아 사교육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하고 학원을 보냈다. 테스트 결과 글쓰기를 너무 힘들어 하고, 글씨 지도 해야겠다고……. 또 한 번 내 욕심이 아들에게 독이 된 것 같아 미안했다. 늘상 반복되는 후회, 미안함……. 언제쯤 끝날까?

 

작은아들 녀석이 1학년이 되었다. 늘 형보다 조금씩 잘 했다. 책읽기도, 글쓰기도 ……. 그런 녀석이 자랑스러웠지만 큰아이가 걸려 조심했다. 어느 날, 큰아들이 울면서 따지듯이 말했다.

 “엄만 왜 재원이는 받아쓰기 10번씩 연습 안시키고 나만 시켰어?”

 라며 통곡하듯 울었다.

 

 ‘아뿔사, 너에게 엄만 또 실수를 한 거니?’

 “휴우∼. ”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애들 키우기 왜 이리 힘든 거야? 나 엄마 안하고 싶다 정말로…….’

 아이들 성격도 제각각, 잘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다 다른데, 어떻게 해야 좋은 엄마가 될까?

 

 그래, 니들 하고 싶은 대로 맘대로 하게 놔두면 좋은 엄마 일거야. 그치? 하지만 난 아직 좋은 엄마 하기 싫어. 너흴 포기할 순 없으니까.

 아직 좋은 엄만 아니지만 너희는 엄마의 보살핌과 사랑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엄말 믿고 조금만 더 따라오지 않을래?


 아무래도 주위의 도움이 절실했다. 언니에게 전화 했다. 조카들이 공부도 잘하고 정말 착했다. 말썽 한 번 안피우고, 사교육에 헛돈 쓰지 않아도 늘 상위권이었다. 참 부러웠다.

 언니는 늘 말한다. 그냥 내버려두라고……. 자기가 하고 싶고 때가 되면 다 알아서 한다고……. 그말은 늘상 들어오던 말이지만 어떻게 그냥 내버려둘 수가 있어?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문제집도 풀어봐야 되고 요점정리도 해 줘야지. 그래도 잘 할까 말깐대. 그런말 말고 다른 답을 줘야지 하며 언니를 닦달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언니는 아이들과 주말이면 영화도 보러가고 시장구경도 간다. 그것도 꼭 걸어서 다닌다. 다리도 안 아픈지……. 그래서 나도 한 번 언니를 믿고 공부하란 잔소리 일체 안하고 나가서 실컷 놀고 오라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시험날이 다가올수록 나만 안달났지만 아이들은 정말 맑고 즐거워 보였다.

 

시험 당일 아침,

“실수하지만 마.”

 기대도 안했다. 어디 한 번 보자. 그런데 결과는 좋았다. 평소보다 잘 나온 점수.  이럴 수가! 언니 말이 맞는 건지 열심히 놀다보니 공부에도 관심이 생겼던 건지……. 그것도 잠시, 지금 난 아이들이 열심히 학원에 다녀주길 바란다. 시험성적이 잘 안나오면 작은녀석은 지금도 말한다.

 “엄마, 난 학원 안 다니고 열심히 놀면 시험 더 잘 볼 수 있어.”

 하지만 난 믿을 수 없다.

 “그건 어쩌다 그런 거지 뭐.”

 하며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내고 있다.

 

 올해 큰녀석이 회장이 되었다. 나름 책임감에 뭐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큰 아들이 5학년이 되어서 빛을 바란 걸까? 99점을 받았다. 아이들에게 동기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론 결과에만 만족하지 않고 동기부여에 힘을 실어야겠다. 아이들을 믿어주고 결과보단 과정에 칭찬을 아끼지 말아아겠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조급해 하지 말고, 나를 믿고 의지하는 내 아이들을 믿고, 여섯살 아이를 잃어버리고 다짐했던 그때 그 맘으로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운다면 그보다 더 좋은 교육 방법이 있을까?

 처음 태어났을 땐 건강하기만을 바라고,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커갈수록 우리는 남들보다 더 잘하기를 바라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못난 것처럼 아이들 닦달하고, 아이들이 뭘 원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엔 전혀 관심이 없다. 단지 100점에 열광하고 상장에 칭찬을 한다.

 아이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 하기란 힘든 것 같다. 대화하다 보면 화내며 그 자리를 피해버리면 그만이니까.

 

 이젠 주말엔 아이들과 한 곳을 바라보며 같이 걸어야겠다. 마트도 가고 영화관도 가고……. 비록 다리 아프지만 주차도 멀찌감치 하고 많은 대화 시간을 가져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