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학자로서, 주기파(主氣派)의 거유였던
화담 서경덕(1489년 ~ 1546년)이 어느날 하루는
집을 잃고 길에서 울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울고 있는가?"
"저는 다섯 살 때 눈이 멀어서 지금 스무해가 되었습니다.
아침 해뜰 무렵 밖에 나왔는데
갑자기 천지 만물이 맑고 밝게 보여서
집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동서남북으로 뻗은 길이 여러 갈래요,
대문들도 서로 비슷하여 저의 집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울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너에게 너희 집으로 돌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마.
네가 뜬 눈을 도로 감아보라.
그러면 곧 너의 집으로 가는 길이 익숙해질 것이다."
시각장애인(소경)은 화담이 시키는데로 눈을 도로 감았다.
그랬더니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평소처럼 지팡이를 두드리며 발길 가는대로 걸어
곧장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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