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에 화두 챙기는 법
옛날 중국에는 공부를 많이 한 출가하지 않은
사대부들이 수행을 하여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대혜 선사의『서장』은 선 수행을 하던 송나라 사대부들이
"일상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공부를 잘 할 수 있는가?"
등등에 대한 문답 편지글 모음집이다.
그래서『서장』은 간화선을 체계화한 대혜 선사가 일상생활에서 화두를
어떻게 참구하며 그 마음가짐과 행동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자상한 가르침을 베풀고 있어 그 자체로도 훌륭한 간화선 수행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이를 볼 때 당시 송나라 사대부들은 국정의 막중한 소임을 수행하면서도
가정을 돌보고 책을 보는 등등 일상생활에서도 화두 공부를 하고자
노력하였음을 알 수 있다.
대혜 선사가 당시 사대부였던 진소경(陳少卿)거사에게 한 말을 보자.
바라건대 공公은 다만 의정을 깨뜨리지 못한 곳을 향하여 참구하되
행주좌와에 놓치지 마십시오.
한 스님이 조주에게 묻되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니,
조주가 '무無 ' 라고 한 이 한 글자야말로 바로
생사의 의심을 타파하는 칼입니다.
이 칼자루는 다만 당신의 손 안에 있습니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손을 쓰게 할래야 쓸 수도 없는 것이니,
모름지기 스스로 손을 써야만 비로소 타파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목숨을 내걸고 참구한다면 비로소 스스로 타파 할 것입니다.
만약 목숨을 내걸지 못한다면 다시 다만 의심을 깨끄리지 못한 곳에서
오직 한결같이 참구해 나아가도록 하십시오.
그러다 홀연히 스스로 기꺼이 목숨 버리기를 한 번 하게 되면
바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화두 공부는 고요한 곳에서 해야지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하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 않다.
화두는 일상의 삶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들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간단없이 들어야 나와 화두가 혼연일체가 된다.
화두와 생활이 분리되어서는 바른 수행이라 할 수 없다.
화두 공부와 생활이 일치해야 한다.
따라서 선승이나 선을 닦는 재가자들은 일상생활에서 힘써 화두를 들어야 한다.
맡은 일을 충실히 하면서 끊어지기 쉬우니 더 지극하고 더 간절하게 들어야 한다.
맡은 일을 충실히 하면서 화두를 드는 것이다.
다만 복잡한 도시생활 속에서는 화두가 끊어지기 쉬우니
더 지극하고 더 간절하게 들어야 한다.
그러면 마침내 번다한 곳에서도 여여如如하게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지는 화두가 어느 정도 순일해질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조용할 때나 시끄러울 때나 언제나 화두를 들어야 한다.
걸으면서도, 차를 타고 가면서도, 누구를 기다리면서도
잡념으로 허송하지 말고 화두를 들어야 한다.
이렇게 화두를 들다 보면 설은 것은 익어지고 익은 것은 설어진다.
화두를 처음 들 때는 설지만 그 화두드는 게 익어 가면 업력이 설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또 세간법은 생소해지지만 탈속한 불법에는 익숙해지는 것이며
끝내는 이 둘의 경계마저 없어지는 중도의 경지에 들게 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선정의 힘을 마음의 중심으로 잡아 경계에 흔들리지 않으면
부딪치는 일마다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
대혜 선사는 『서장』에서
생활에서 화두 드는 법을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생활하다가 번거로운 일로 사량분별할 때도 그것을 애써 물리치려 하지 말고
사량분별이 일어나는 그 곳에서 가볍게 화두를 드십시오.
그렇게 하면 무한한 힘을 더는 동시에 무한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화두를 들다가 한 고비 넘게 되면 마음이 청량하기 그지 없게 된다.
몽산 선사는 화두와 겨루어 한 고비 넘기면
"발 밑이 땅에 닿지 않은 듯, 공중에 뜬 듯, 홀연히 눈앞의 검은 구름이 활짝 열리는 듯,
금방 목욕탕에서 나온 듯 몸과 마음이 맑고 쾌활해진다."고 했다.
또한 "의심 덩어리가 더욱 뚜렷하여 힘들이지 않아도 끊임없이 화두가 현전한다."고
자신의 경험을 들어 말했다.
이렇게 되면
"어떤 바깥 경계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청정하기가 은쟁반에 하얀 눈을 담은 듯하고
청명한 가을 공기와 같은 경지가 전개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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