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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레바논전의 해결사 김남일, 이명주

by 법천선생 2013. 6. 4.

레바논전에서 중원의 중책을 맡을 인물은 스쿼드 최고참인 김남일과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이명주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한 명은 A매치 97회에 빛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고, 다른 한 명은 아직까지 국가대항전 경험이 없는 초짜다. 이 낯선 조합이 정말로 잘해줘야 한다.

지금껏 한국대표팀의 중원은 기성용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동갑내기 절친 구자철의 비중 역시 상당했다. 하지만 이번 명단에는 두 명이 모두 빠졌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중요한 3연전을 기성용과 구자철 없이 치른다는 것은 누가 봐도 큰 손해다. 심지어 대체 불가결한 존재로 여겨졌던 그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김남일과 이명주 조합이 잘해줘야 한다. 한 꺼풀만 벗기면 바닥이 드러나는 팀은 강팀이 될 수 없다.


 

↑ 지난해 신인왕 이명주는 A매치 경험이 없다. 김남일은 3년 만의 대표팀 복귀다. 부담스러운 경기에 부담스러운 조합이다. 그래서 더더욱 97+0=100이 되어야한다. 사진= MK스포츠 DB

김남일은 현재 대표팀 엔트리 내에서 뿐이 아니라 K리그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도 손에 꼽히는 고참이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한 2년차 이명주는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젊은 피다. 2002년부터 이름이 거론됐던 김남일는 3년 만의 대표팀 복귀요 아직도 풋풋한 느낌의 이명주는 첫 발탁이다. 월드컵 본선행 여부를 결정할 부담스러운 경기에 내세울 조합으로는 마음먹기가 쉽지 않을 구성이다. 최강희 감독의 뱃심도 대단하다.

결국 색안경을 벗은 선택이었다. 나이가 많다는, 혹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선입견을 떨치고 현재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들에게 기회를 준 선택이다. 요컨대 잘하는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것을 김남일과 이명주가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잘하면 누구라도 국가를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몇 세 이상이면 대표팀에서 물러나야하고 비중 있는 경기는 A매치 몇 회 이하의 선수가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이런 암묵적 합의는, 말 그대로 색안경일 뿐이었다. 그 틀을 깨고 출전기회를 잡은 두 선수이기에 더더욱 활약이 중요하다.

기성용과 구자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어떤 팀이든 특정선수의 비중이 커지면 좋을 것 없는 일이다. 11명이 만드는 앙상블이 중요한 축구이기에 '절대적'이라는 단어를 쓰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밖에 없다.

최강희 감독은 공식회견에서 "레바논전의 키 플레이어는 김남일"이라는 말로서 내심 부담이 클 고참에게 묵직한 신뢰를 보냈다. 일찌감치 이명주의 선발투입을 암시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릴 초짜에게도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전하고 있다. 최강희 감독도 김남일과 이명주의 만남이 100의 힘을 낼 수 있느냐가 레바논전 성패의 중요한 키워드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97+0=100이라는 명제가 거짓이 아닌 참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참이 되어야한다. 작게는 레바논전 승리를 위해, 크게는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김남일+이명주 조합의 성공을 응원한다.

[lastuncle@maekyung.com]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