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 입력 2013.08.15 09:31 [최용재기자]
한국 축구가 급진적인 도약을 했던 2000년. 이 무렵부터 따져봤을 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데뷔 후 한동안 연속 무승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가진 두 명의 감독이 있다.
1위는 현 대표팀 사령탑 홍명보 감독이고, 2위는 2001년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공교롭게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일궈냈던
주장과 감독이 나란히 불명예 1위와 2위 기록을 나눠가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의 친선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두며
대표팀 사령탑 데뷔 후 4경기 연속 무승(3무1패)의 기록을 세웠다. 스승 히딩크 감독의 3경기
연속 무승(2무1패)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홍 감독은 2000년 이후 대표팀 감독으로서
가장 오랫동안 승리를 하지 못한 감독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4경기 연속 무승과 3경기 연속 무승. 별 차이가 없는 행보인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차이점은 있다.
홍명보호는 좋은 조건 속에서도 졸전을 거듭했고, 히딩크호는 악조건 속에서도 분전을 했다.
일단 홍명보호는 4경기를 모두 홈에서 치렀다. 홈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홈구장에서
데뷔전을 포함해 총 4경기를 치렀다. 동아시안컵 3경기와 페루전까지 모두 경기가 열린 장소는 한국이었다.
홈에서 치렀는데도 동아시안컵에서 2무1패로 3위, 페루전 무승부에 그쳤다.
반면 히딩크 감독은 3경기 모두 해외 원정 경기였다. 데뷔전이었던 칼스버그컵은 홍콩에서 열렸고,
이후 UAE(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개최된 두바이컵에 출전했다. 칼스버그컵 2경기서 1무1패,
두바이컵 1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원정 경기라는 부담감을 안고 데뷔전을 치렀던 것이다.
상대한 팀의 수준도 차이가 난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에서 호주, 중국, 일본과 만났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중국만이 최상의 전력을 꾸려 대회에 나섰고 호주와 일본은
핵심 전력들이 빠져 2군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이 세 팀을 만나 한국은 단 1승을 거두지 못했다.
호주, 중국과 비기고 일본에 패했다. 페루는 한국보다 강호지만 선수들의 발이 무거워보였다.
원정 경기의 한계를 넘지 못한 모습이었다.
반면 히딩크 감독 당시 칼스버그컵 상대는 수준급 팀들이었다. 첫 상대는 북유럽의 강호 노르웨이였고
두 번째 상대는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였다. 히딩크호는 노르웨이에 패하고 파라과이와 비겼다.
그리고 두바이컵 첫 상대는 모로코였고 무승부로 끝났다.
득점에서도 차이가 난다. 홍명보호가 4경기에서 넣은 골은 총 1골. 일본전에서의 1골이 전부다.
홍명보호는 지독한 골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총 4경기 동안 50개가 넘는 슈팅을 때렸지만
얻어낸 골은 단 1골이다. 게다가 최전방 공격수는 단 1골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다.
반면 히딩크호는 이기지 못한 3경기에서도 모두 골을 넣었다. 3경기에서 총 4골을 성공시켰다.
노르웨이전에서는 2-3으로 패배했지만 고종수와 김도훈의 연속골이 터지며 저력을 보였다.
이어진 파라과이전에서도 고종수가 1골을 신고해 1-1 무승부를 거뒀다.
두바이컵 모로코와의 경기에서도 유상철의 1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골 감각을 이어가며 서서히 분위기를 달군 히딩크호는 그 다음 경기였던 두바이컵
UAE와의 2차전에서 송종국, 유상철, 설기현, 고종수의 골 릴레이로 4-1 대승을 거두며
히딩크 감독의 첫 승을 신고했다.
데뷔 후 최다 무승 1위, 2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홈 & 어웨이, 상대 수준,
골 수까지 히딩크 감독과 홍 감독의 행보는 이렇게 차이가 있다.
물론 히딩크 감독이 칼스버그컵과 두바이컵에 나설 때는 대표팀 구성이 거의 최정예 멤버로 이뤄졌고,
홍명보호는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유럽파를 한 명도 차출하지 않고 국내파 중심으로
대표 선발을 한 것은 또 다른 면에서 차이점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스승 히딩크 감독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배운 바가 많다.
홍 감독은 대표팀을 맡기 직전에도 히딩크가 있던 러시아 안지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대표팀 사령탑을 맡자마자 초반 행보가 히딩크와 유사하다.
데뷔 무승의 기록은 홍 감독이 히딩크를 넘어서며 '청출어람(?)'의 면모도 보였다.
월드컵을 앞두고 옥석 고르기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 승리나 골보다는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팀의 기틀을 잡아가는 데 초점을 두고 대표팀을 운영하는 것도 히딩크나 홍 감독은 비슷하다.
스승이 걸어갔던 길을 따라가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홍 감독이기에,
내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히딩크 감독의 한일월드컵 4강에 버금가는 업적을
내주기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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