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 이후 폭염이 한풀 꺾이며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아직 더위와 함께
수면을 방해하는 곤충이 있다. 바로 매미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소음으로 많은 사람이
괴롭다고 호소한다. 매미 입장에서는 억울하겠다 싶다.
수년을 굼벵이 유충으로 땅속에 있다가 지상에 올라와
우화(羽化)한 뒤 한 달도 못 사는데
이때 대를 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울음소리는 짝짓기를 하기 위한 경건한 의식이다.
어찌 보면 매미의 울음은 자연에 순응하며
자신의 도리(道理)를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싫든 좋든 타고난 숙명을 안고 살아가는
매미의 처지가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기에
한편 측은하기도 하다.
'도리'란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 길이라고 사전에 적혀 있다. 그래서일까.
팍팍하고 메마른 현실에서 도리란 도덕군자처럼 고매하다.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잘 살도록 보살피는 것도,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자신에게 주어진
직분에 대한 도리다.
바른 농작물을 재배하고 좋은 물고기로 국민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것도 농민과 어민이라는 직업의 도리에서 나온다.
물론 도리를 다하고 사는 삶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다.
마음은 있지만 형편이 안 돼서 그렇고, 하고는 싶지만
능력이 안 되니 제구실 못하고 사는 마음도 오죽하랴.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식 노릇이 이에 해당되고,
직장에서는 상사와 부하 노릇이 그렇다.
다 나름대로의 도리가 있을 텐데 일이 돼가는 형편이나
주어진 환경이 녹록지 않아 이루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집안 대소사 챙기기, 친구와 직장동료의 애경사
인사치레도 사회적 범주의 도리다.
또 주례 선생께 1년에 한 번 정도는 감사한 성의를 표해야 한다.
유교문화가 몸에 밴 한국사회에서 도리를 못하는 것은
곧 무능과 부덕의 소치로 평가되니 부담도 크다.
최근 해외 주류전문지 '드링크스 인터내셔널'은 한국의
모 소주가 2011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술이라고 전했다.
한 해 동안 6138만 상자(9리터 기준)가 팔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이 술을 가장 많이 마셨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직분과 위치에 대한 불만과 그로 인한 삶의 회한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노릇을 못한다고 생각해
애매한 술만 축낸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도리가 있는 사람의 또 다른 표현을 들라고 한다면
'경우'가 밝은 사람이다.
사리에 맞게 일을 할 줄 안다는 뜻이다.
일의 이치를 잘 파악하고 해야 할 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해 마땅히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경우가 밝은 것은 도리를 알고 제구실을 톡톡히 해
나감을 일컫는 말이 된다.
정치인이 제대로 된 정치 활동을 하고, 공무원은 바른
행정을 펼쳐 국민이 마음 편안하게 생계에 전념토록
하는 것 이상 도리와 경우를 아는 공직자의 미덕은 없다.
도리를 아는 사람이 많아야 우리 사회도 건강하다.
손남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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