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뗏목과 같이
비유하면서 진리에도 매이지 말라고 하신 데
에서 나는 전율이 일었다.
이 세상 어느 스승이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 정신적 경지에 이르면 ‘나를 따르라’고
군림하려 하는데, 온 우주의 이치를 깨닫고
온전히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에서 벗어난
부처님만이 하실 수 있는 말씀이 아닌가?
한편 이 말씀이 더욱 가슴에 와 닿은 것은
종교 간에 일어나는 불협화음을 잠재울 수 있는
가르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도그마로 인해 세상에 평화를 가져와야 할
종교가 오히려 전쟁을 일으키고 지금 이 순간에도
종교적인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가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독단적인 신념과
편견에서 비롯된 것일진대 금강경의 사상이야말로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가르침이라는 생각에서 나는 금강경을 더욱
가슴에 품게 되었다.
한편 나는 장례식장에 가서 아미타경보다
금강경을 먼저 독경해 준다. 고인의 왕생극락을
기원하기 전에 고인이 갖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픈 마음에서다.
살아 있는 나나 나보다 먼저 간 분이나 다만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세상 모든 번뇌가 ‘나’라는 것에서 빚어진다.
나라는 것에 대한 애착에서 벗어났을 때
번뇌 또한 사라진다.
금강경이 이렇게 소중한 가르침으로 되어 있을진대
어찌 나만 그 가치를 알아보겠는가?
육조 혜능 대사도 금강경 사구게를 듣고 깨쳤고,
수많은 조사들이 금강경의 가르침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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