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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성공

술병 하나를 더 깨고 살아남은 계집종

by 법천선생 2020. 3. 16.


옛날 어느 고을에 큰 부자 영감이 살았어.

이 영감은 골동품 수집이 취미라 값진 물건이

집에 가득했지.


그 가운데서도 국보급 술병 두 개를 특히

아껴 그것을 깨는 사람은 누구라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늘 입버릇처럼 주의를 주었어.


그 중에서도 조금 덜 아까운 학 그림이 있는

술병에 술을 담아 늘 반주를 했고, 신선그림이

있는 술병은 다락 깊숙이 잘 보관을 했지.


그러던 어느 날 계집종 간난이가 그만 아차하는

실수로 학 그림 술병을 깬 거야.


간난이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부엌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소릴 내어 울고 있었지.

 
안주인이 놀라 부엌을 들여다보니 이거 큰일이

나긴 났어.
'영감이 그리도 아끼던 술병을 깨뜨렸으니 이일을

어쩐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부인이 간난이에게 뜻밖의

말을 하는 게야.


"간난아, 걱정마라. 그 술병을 내가 깼다고 할 테니,

나리가 내야 어쩌겠느냐?"


"마님 말씀은 고마우시나 어찌 제 잘못으로 마님께

고통을 드릴 수 있겠어요? 제가 했다고 솔직히 말씀

드리고 저 하나 죽으면 그만인 걸요."


"내 어찌 너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있겠니? 너는 아무

소리 마라."


그리하여 저녁밥상에는 신선그림의 술병이 올라갔지.

영감 힐끔 보더니,
"왜 이 병을 내왔소. 이거 들여두고 전 것 가져와요."
"영감, 실은 낮에 내가 실수를 해서 그 병을 깨뜨렸어요."


"뭐요, 그게 사실이오? 그렇다면 내 그냥 놔두지

않을테니 각오하시오."


이렇게 서슬이 퍼래서 날뛰니 간난이는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게 되었지.


"영감님, 저를 죽여주세요. 마님은 아무 죄가 없어요.

술병은 제가 깼어요."


하니, 부인이 계집종을 감싸주려고 거짓말까지 한 것이

더욱 노여워서 더욱 소리소리 질러 대는 거야.


"요망한 것 같으니! 내가 그토록 조심하라고 일렀거든

네가 깼으면 마땅을 죽을 줄 알아라."


그런데 그 순간, 간난이는 밥상에 놓인 신선그림 술병을

들어 내동댕이치는 게 아닌가?


술병은 산산조각이 났고 너무가 기가 찬 부자영감은

"뭐! 너 미쳤냐?" 소리만 하고 있고, 부인은 "인간이 불쌍해서

봐주려고 했더니 천하에 저런 고얀 년이 있나" 하는 거였어.


이때 간난이는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말했지.
"나리 마님 저는 이미 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요.

다만 제가 두 번째 술병을 깬 것은 훗날 그 술병을 깨는

사람이 또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이 안타까워 제가 그 사람을

위해서 한 짓일 뿐이어요."


이 말을 듣고 있던 부자영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


"허허, 평소에 네가 지혜롭고 마음씨 고운 줄은 알았다만

네 마음이 그리 넓고 깊은 줄은 몰랐구나.


나도 말은 그리 했다만 술병 하나로 사람의 목숨을 끊기야

하겠느냐?

어쨌든 네 마음 씀씀이가 가상해서 오늘 일은 모두 용서하겠다."
그 후 간난이는 더욱 부자 내외의 귀염을 받으며 잘 살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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