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는 부디 나를
철학자가 아니라 시인으로 기억해 달라.
시는 다양한 각도로 이해되어야 한다.
시를 사랑해야지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시를 수없이 되뇌어서 그대의 피와
살이 되게 해야 한다.
시를 수없이 반복해서 거기에 숨어 있는
미묘한 뉘앙스를 남김없이 이해해야 한다.
시가 그대 안으로 들어가서 생명의 힘이
되게 하라.
그 시를 완전히 소화하고 나서 잊어버려라.
시가 더 깊이 파고 들어가 그대를 변화시키게 하라.
부디 나를 시인으로 기억해 달라.
물론 나는 종이 위에 시를 쓰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살아 있는 매개체 안에
시를 쓰고 있다.
바로 그대들 안에 시를 쓰고 있다.
존재계 전체가 이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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