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독서편지 – 2,263
쓰기의 감각
동네 책모임을 소개한 ‘책아놀자’라는 책을 출판했을 당시 다소 격앙된 상태였다. 모두 진실이었지만, 혁신학교에서 근무하고, 아이를 키우며 크고 작게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사투를 벌이며 전사가 되었다고 할까? 전사로서 전쟁의 무용담을 늘어놓고 싶은 마음으로 속사포처럼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고는 승리의 잔에 취한 듯 엄청난 뿌듯함을 경험했다가 이내 쥐구멍에 떨어진 듯 나락을 경험했다. 내가 뱉어 놓은 말들이 자꾸 괴로웠기 때문이다. 진실과 열정으로 쓴 책인데 이유도 모를 괴로움에 숨고 싶었다. 정말 중요한 것을 쓴 것인지, 주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진실된 말들을 쏟은 것인지 자꾸 곱씹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어느 정도 위로와 해답을 주었다.
앤 라모트는 작가인 아버지의 치열한 삶과 글을 보며, 스스로도 어릴 때부터 수없이 많은 독서와 글쓰기를 삶 자체로 여겼던 사람이다. 엉뚱하면서도 기막힌 비유들에 깔깔 넘어가면서도 뭔가 묵직한 메시지를 그냥 넘길 수 없게 하는 특별한 글쓰기 특강 시간이었다.
이 책은 글쓰기 방법을 설명하지만 디테일한 기술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때야 하는지 어떤 태도와 상상력으로 글쓰기에 임해야 하는지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좋은 글은 진실은 말하는 것이고, 글을 쓰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좋은 글쓰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열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매일 성실하게 써낼 때만이 해낼 수 있고, 그것은 인정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엄청난 삶의 기쁨을 가져오는 일이라고 말한다.
매일 글쓰기가 뜸해진 요즘 새벽마다 펜을 잡고 싶어졌다. 이 책을 보며 이야기글도 쓰고 싶어졌다. 꽃처럼 자세히 바라본 우리반 아이들, 어린 시절 만난 이웃들을 생생하게 살려서 이야기 속에 담고 싶어졌다. 물론 막막하긴 하지만.
새 학기 새로운 결심을 하는 시기, 매일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남들에게 인정받기보다 더욱 아름다워질 나의 내면을 위해서 말이다.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며 언제나 문제는 이러한 사람들이 출판을 원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부류이긴 하지만, 정말로 원하는 것은 자기 책이 출판되는 것이다.
“그런 방법으로는 결코 당신이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없을 거예요.”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해 준다. 우리가 모두 통과하고 싶어 하는 문이 저기 있다면 오직 글쓰기만이 문을 찾아 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글쓰기는 아기를 갖는 것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아기처럼 당신의 집중과 관심을 요하고, 당신이 상냥한 인간이 되도록 도울 수 있고, 잠든 당신을 깨울 수 있다. 그러나 출판은 이러한 것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는 결코 그 문을 통과할 수 없다.
- 《쓰기의 감각》 , 앤 라모트, 웅진지식하우스, 2018
2021년 3월 9일(화)
독서로! 세계로! 미래로!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도서출판연구소장 오여진
서울 상원초등학교 교사, jjangtnt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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