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제군으로 있다가 포로가 되어 신라의
장군 댁에서 노예살이를 하는 노성정이라는
사람은 너무나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충성을
다하여 일을 잘하여서 언제나 주인은 그를
크게 믿고 모든 집안일과 재산 관리 등 살림을
다 맡기는 집사 일을 도맡아서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과 함께 노예 시장에 가게 되었다.
주인은 당연히 젊고 힘센 노예를 구하려고 했지만,
노 집사는 어쩐 일인지 많이 늙고 전혀 힘이 없어 보이는
병들어 쓰러질 것 같은 별 볼 일 없는 노예를 사자고 했다.
주인은 늘 그를 철썩같이 믿고 있는지라, '무슨 사연이
있겠지'하고 늙은 노예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늙은 노예는 일을 잘하지 못하니, 노 잡사가
그를 대신하여 일을 더욱더 열심히 하고 그가 항상
편안히 지내도록 목욕도 시켜주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챙겨주는 등 온갖 정성을 다하여 잘 모시는 것이었다.
하루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주인이 노 집사를 불러
왜 그를 그렇게 극진히 잘 대접하는가? 그가 그대의
은인이라도 되는 것인가? 하고물었다.
그러자 노 집사는 대답하기를 사실 그가 나의 원수라면서
그가 바로 자신이 전쟁에 나가고 나자, 그의 아내를 겁탈하여
함께 강제로 살았던 원수 같은 사람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주인을 따라서 절에 다니면서 신앙심이 깊게 된
집사는 큰 스님의 법문과 불경에서 보게 된 '원수를 원수로
갚지 말라는 말이 귀에 맴돌아 그를 사다가 원수를 갚기는
커녕 오히려 정성을 다하여 극진히 대접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요즘은 염불을 가르쳐서 지난 일들을 참회하게 하고
함께 염불을 열심히 하여 함께 극락을 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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