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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개념

박경리 선생의 마지막 시

by 법천선생 2022. 6. 4.

-산다는 것-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 안 먹었다

 

인명제천

나를 달래는 데

그보다 생광스런 말이 또 있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허리를 다쳐서 입원했을 때

발견이 된 고혈압인데

모르고 지냈으면

그럭저럭 세월이 갔을까

 

눈도 한쪽은 백내장이라 수술했고

다른 한쪽은

치유가 안된다는 황반 뭐라는 병

초점이 맞지 않아서

곧잘 비틀거린다.

 

하지만 억울할 것 하나도 없다

남보다 더 살았으니 당연하지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박경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