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는 1980년대 여름 어느 날.
전라남도 곡성에 있는 태안사에 젊은
손님 한사람 찾아들었다.
어떤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였는데
그 절에 주석하는 큰스님을 인터뷰하러
온 것이었다.
그가 절에 들어섰을 때는 오후 1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다.
마침 해제기간이라 절 마당은 고요한
침묵만 가득할 뿐 스님들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젊은 객은 사람을 찾으려고 뒤뜰로 갔다.
어떤 노스님이 연탄불을 갈고 있었다.
객은 인기척을 내고 찾아온 사연을 말했다.
노스님은 아무 말 없이 젊은이를 객실로
안내하고 후원에 일러 공양을 차리게 했다.
젊은 객은 공양을 마치고 밥상을 물리며
공양주보살에게 ‘큰스님은 어디계시냐?’
고 물었다.
공양주는 ‘아까 뵌 그분이 바로 큰스님’
이라고 했다.
젊은 객은 심하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아득했다.
객은 공양주보살의 안내를 받아 큰스님이
계신 방으로 갔다.
명함을 내민 뒤 인사를 하니 노스님은
맞절로 손님을 맞았다.
객은 인사가 끝내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러자 노스님도 무릎을 꿇고 앉았다.
할 수 없이 젊은 객이 평좌를 하자 그때야
스님도 평좌를 했다.
그리고는 맑은 차 한 잔을 내놓으면서
젊은 객의 이런 저런 질문에 친절하게
응답을 해주었다.
절문을 나서면서 젊은 객은 어느 큰스님을
찾아뵐 때보다 더 큰 감동을 느꼈다.
노스님의 겸손과 하심은 어떤 설법보다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젊은 객은 마치 좋은 향기를 쐰 것처럼
온몸에서는 은은한 향내가 나는 것 같았다.
그는 문득 <법구경> 화향품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한다. (花香不逆風)
연꽃도 전단나무 향도 마찬가지다. (芙蓉栴檀香)
그러나 덕 있는 사람이 풍기는 덕향은 (德香逆風薰)
바람을 거슬러 어디서든 들려온다 (德人徧聞香)
노스님의 향기가 그랬다. 시간이 가도,
바람이 불어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젊은이의 가슴에 오랫동안 바람을 거스르는
향기를 남겨준 분은 ‘청화(淸華)스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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