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한 집에 보리와 콩을 삶는 일을
맡은 하녀가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불 앞에 서서 묵묵히 일하던
그녀였죠.
그런데 주인집 양 한 마리가 틈만 나면
보리와 콩을 훔쳐 먹었습니다.
결국 꾸중은 늘 하녀의 몫. 억울함은 쌓이고,
분노는 마음속에 불씨처럼 남았습니다.
하녀는 양을 미워했고, 때리며 분을
풀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궁이에 불을 피우던
순간—양이 갑자기 그녀를 들이받습니다.
순간, 그녀는 이성이 끊어졌습니다.
하녀는 손에 쥔 불씨를 그대로 양의 등에
던져버렸습니다.
불이 붙은 양은 미친 듯이 달렸고,
그 불은 집으로, 마을로, 산으로 번졌습니다.
하룻밤 사이, 수많은 사람과 짐승이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단 하나의 분노. 단 한 번의 폭발이
온 세상을 태운 것입니다.
화는 불과 같습니다.
처음엔 손바닥만 한 불씨지만,
놓치는 순간 숲 전체를 삼켜버립니다.
SNS의 분노 댓글 하나, 순간의 말 한마디,
욱해서 던진 행동 하나가 사람의 인생을,
관계를, 미래를 태웁니다.
더 무서운 건, 그 불이 오늘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자식에게, 다음 세대에게, 그리고 또 다른
삶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화를 붙잡지 못하면 그 불은 결국 나를
태우고, 세상을 태웁니다.
불을 끄는 사람은 강한 사람입니다.
화를 다스리는 자가 진짜 주인입니다.
— 비유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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