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중종 때, 한양 남산골에 백광산이라는
가난한 선비가 있었습니다.
그는 하루 종일 책만 읽었습니다.
굶주려도, 옷이 해져도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선비가 책을 놓으면 무장이 칼을 놓는 것과 같다.”
부인 민씨는 말없이 부처님께 매달렸습니다.
절에 갈 돈조차 없었지만 밤마다 염불을 올리며
서원합니다.
“부처님, 남편이 벼슬을 하게 되면
반드시 큰 공양을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기적처럼 백광산은 과거에 급제해
강원도 울진 부사가 됩니다.
하지만— 부임한 지 단 사흘째 밤.
아무 예고도 없이 잠자던 부사는
차갑게 죽어버립니다.
사인은 알 수 없었습니다.
부인은 넋이 나간 채 시신을 불영사로
옮기고 마지막 결심을 합니다.
“7일 동안 기도하겠습니다.
남편이 살아나지 않으면 저도 이곳에서
죽겠습니다.”
기도 여섯째 날 밤, 절 안은 숨 막히도록
고요했고 촛불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 귀신이 나타납니다.
“나는 전생에 백광산의 원수다.”
스님들의 독경 소리가 멎고
부인의 심장은 멎을 듯 뛰었습니다.
귀신은 낮게 말합니다.
“하지만 부인의 기도 소리에 내 한이 풀렸다.”
“그를…다시 살려주겠다.”
그 말과 동시에 귀신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그 순간. 관이 흔들립니다.
사람들은 얼어붙었고 부인은 비명을 삼킨 채
관으로 달려갑니다.
뚜껑을 여는 순간— “후—” 관 안에서
죽었던 부사가 숨을 내쉽니다.
잠에서 깬 사람처럼 눈을 뜨고 천천히
일어납니다. 죽은 지 7일 만이었습니다.
이 기이한 소식은 조정에까지 전해지고
중종 임금은 말합니다.
“참으로 부처님의 위신력은 불가사의하도다.”
그리고 임금은 직접 현판을 내려
그 전각을 이렇게 부르게 합니다.
환생전. 지금도 불영사에는 그날을 증언하는
현판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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