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순간부터였다.
나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게 되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지,
왜 늘 허전한지.
태어나면서부터 나를 따라다니던 모든 의문이
어느 날 조용히 사라져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시끄럽게 돌아가던 선풍기가
갑자기 멈춘 뒤에야
‘아… 원래 세상은 이렇게 고요했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것처럼.
그때 나는 깨달았다.
내가 평생 찾고 있었던 것은
어딘가에 있는 특별한 답이 아니라,
끝없이 무언가를 찾아 헤매던
그 움직임 자체의 멈춤이었다는 것을.
수년 동안 나는
우리 집 이 의자에 홀로 앉아 있기만 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무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씨앗이 땅속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조용히 뿌리를 내리듯,
나 또한 침묵 속에서 나 자신과 나의
본성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굳이 이것이 깨달음인지 아닌지
따지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었다.
분명한 것은 단 하나였다.
모든 추구가 끝났다는 것.
더 이상 어디론가 가야 할 이유가 없었고,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감각도 사라졌다.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의 평화는 무언가를 얻어서 생긴
기쁨과는 달랐다.
그것은 마치 흙탕물이 가라앉은 뒤
맑은 물이 드러나듯,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고요였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나는 녹아내리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라고 믿었던 단단한
감각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사라질수록 세상은
더 가까워졌다.
사람들, 바람, 침묵, 존재.
모든 것이 나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
마치 바다가 자기 자신을 파도라고 착각하다가
어느 순간 다시 바다였음을 기억해내는 것처럼.
나는 고요 속에서 모든 것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어떤 것도 내 안의 평화를 쉽게
흔들 수 없었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나를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다만 조용히 존재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런데 사람들은 설명할 수 없는 평온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불안한 사람은 말이 많은
곳으로 가지만, 지친 사람은 결국 고요한
곳을 찾는다.
어쩌면 사람들은 내가 아니라
내 안의 침묵을 만나러 온 것인지도 모른다.
끼란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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