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사랑하는 이가 온다, 사랑하는 이가 온다
문을 열어라
그가 가슴 하나를 찾는다
그에게 가슴 하나를 보여드리자
당신은 나를 사냥하러 오셨군요!
내가 외치자
그가 웃으며 대꾸한다
내가 여기 온 것은, 그대를
사냥하러가 아니라 구원하럴세
잘랄루딘 루미
항복
사랑 안에서 당신 술에
취하는 일 말고는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내 삶을 당신께 들어 바치는 데는
그것을 잃어버리려는 것 말고
다른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나는 다만 당신을 알고
그리고 사라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
그이가 대답했지요
'나를 아는 것이 곧
죽음을 뜻하는 건 아니란다'
잘랄루딘 루미
회전
우리 안에 있는 비밀스런 회전이
우주를 돌게 한다
머리는 발에 대하여, 발은 머리에
대하여, 서로 모른다
상관 없다. 그들은
계속 돌고 있다.
고요
이 새로운 사랑 안으로, 죽어라
네 길이 저편에서 시작된다
푸른 하늘이 되어라
감옥 담장을 도끼로 부숴라
도망쳐라
갑자기 색을 입고 태어난 사람처럼
걸어나가라, 지금 곧 하여라
너는 두터운 구름에 덮여 있다
옆으로 비껴 벗어나거라, 죽어라,
그리고 고요해라. 고요는
네가 죽었다는 분명한 표식
낡은 네 인생은 침묵에서 뛰쳐나온
미친 듯한 질주였다
이제 곧 말 없이 소리 없이
보름달 뜨느니
새들의 노래
새들의 노래가 목마른 내 갈망에
잠시 휴식을 안겨 준다
나 또한 저들처럼 이토록 황홀한데
그런데, 말이 나오지를 않는구나!
오, 우주의 영혼이여
제발 나를 통해서 무슨 노래든지 불러를 다오
여행
여행은 힘과 사랑을
그대에게 돌려준다.
어디든 갈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을 따라 걸어가 보라
그 길은 빛이 쏟아지는 통로처럼
걸음마다 변화하는 세계
그곳을 여행할 때
그대는 변화하리라
내가 누군지 말하라
나는 햇빛에 비추이는 티끌
나는 둥근 해
티끌에게는 가만 있으라고
해한테는 움직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침 안개 그리고
저녁의 숨결
작은 숲 위로 부는 바람, 벼랑에
부딪히는 파도
모든 것인
당신이여, 내가 누군지 말하라
내가 당신이라고
말하라
내 언어를 사줄 사람을 찾곤 했지
이제는 누가 나를 언어로부터 사주었으면 하네
숱한 아이콘의 단골 주인공 아브라함과
그대 부친 아지르가 등장하는 무대, 그리고
매력 넘치는 우상들을 그동안 만들었는데
이제, 그런 일들에 지쳐버렸어
마침 모양 없는 우상 하나가 왔고
나는 일손을 놓았지
가게 돌볼 사람을 찾아주시게
우상 제조업을 그만두겠네
드디어 나는 광기의 자유를
알아버렸어
돼먹지 못한 우상 하나가 다가오기에
"꺼져버려!"
소리지르니 산산이 부서지는군
오직 사랑!
깃대 꽂을 바탕과 바람뿐
깃발은 아닐세!
이것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것은
상상이 아니다
슬픔도 아니고
기쁨도 아니다
심판도 아니고
흥분도 침통도 아니다
그런 것들은 오고
가지만
이것은 오지도 가지도 않는
현존
지금은 새벽이다, 후삼이여
여기 산호의 눈부신 빛 속에
이 친구 속에,
할라지*님이 말씀하신 단순한 진리가 있다
사람이 다른 무엇을 바랄 것인가?
포도알들이 포도주로 몸을 바꿀 때
그들은
이것을 바라고 있다
벌들이 벌집을 만들 듯
지금 우리가 세포 한 알 한 알로
몸을 만들고 있는
이것
인간의 몸과 우주가
이것에서 생겨났다. 이것이
인간의 몸과 우주에서 생겨난 게 아니다
*할라지 - 10세기 페르시아의 신비사상가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
그대 진정 사람이라면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
아니거든, 이 무리를
떠나거라
반쪽 마음 가지고는
어전에 들지 못한다
신을 찾겠다고 나선 몸이
언제까지 지저분한 주막에 머물러
그렇게 노닥거리고 있을 참인가?
- 사랑의 불길에 휩싸여 -
내 가슴이 불타고 있습니다
광기에 사로잡혀
사막을 떠돌아다닙니다
내 열정의 불꽃이
바람과 하늘을 삼켜버립니다
그리움에 사무친 부르짖음과
슬픔에 겨운 탄식이
내 영혼을 괴롭힙니다
당신은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나의 취한 눈을 들여다보십니다
당신 사랑의 고요함으로
내 열정을 받아 주시는
당신은 실존의 주군이십니다
어느 날, 나 또한
당신 같은 연인이 될 것입니다
당신 향한 사랑이 나를
미치광이로 내몰았습니다
도무지 낯설기만 한 낡은
자아, 내 인생의 폐허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닙니다
당신 사랑 때문에 나는
과거와 함께 무너져 내렸습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이 순간 나를 지켜줍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내게 용기를 줍니다
내 가장 깊은 곳에서 나는
당신을 찾습니다
전에는 사랑의
신화를 읽었는데, 이제는
신화 속의 연인이
되었습니다
사랑의 의미
빛과 그늘, 둘 다
사랑의 춤입니다
사랑은 동기가 없습니다, 그것은
신의 비밀을 탐색하는 *아스트롤라베 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일
이 둘은 서로 떨어질 수 없고 영원합니다
사랑을 설명하고 싶지만
그것을 경험할 때 말이 사라집니다
사랑에 관하여 쓰고 싶지만
도무지 속수무책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사랑하는 일과
사랑받는 이가
모두 하나로 되는 그 말할 수 없는 자리에서
내 붓은 부러지고 종이는 미끄러져 내립니다
모든 순간이
사랑의 빛으로 장엄합니다
이 정원을 가꾸는 것은
당신의 얼굴입니까?
이 정원을 취하게 하는 것은
당신의 향기입니까?
이 개울을 포도주의
강으로 만든 것은
당신의 영입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이 정원에서,
배경 위에 숨어 계신 당신을
찾다가, 찾아다니다가
숨져갔습니다
그러나, 연인으로 당신께 온
사람들은 그 고통을 모릅니다
여기서 당신은 아주 찾기 쉽습니다
포도주의 강물에, 그 위로
부는 산들바람, 당신은 계십니다
연 인
알아다오, 내 연인이
아무도 못 보는 곳에 숨겨져 있음을
알아다오, 그이는 모든 믿음의 믿음
너머에 있음을
알아다오, 내 가슴에 그이가
달처럼 환히 빛나고 있음을
알아다오, 그이는 내 몸과 혼 안에
살아 있는 생명임을
사랑에 취하여
당신 사랑 때문에
맑은 정신을 잃었습니다
사랑의 광기에
취해버렸습니다
짙은 안개 속에서
자신에게 낯선 나그네가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취하여
집으로 가는 길을 잃었습니다
정원에서 내가 보는 것은
당신 얼굴뿐이요
나무에서 꽃에서 맡는 것은
당신 향기뿐입니다
사랑의 황홀함에 취하여
더 이상 주정뱅이와 술,
사랑하는 이와 사랑받는 이가
어떻게 다른지를 모르겠습니다
주인을 위하여
육십 년 세월 나는 자주 잊혀졌다
그러나, 내게로 흐르는 이 물결은 한 순간도
멈추거나 늦추어진 적이 없다
나는 아무 자격이 없다. 오늘 비로소
신비가들이 말하는 나그네가
바로 나인 줄 짐작하겠다
주인을 위하여 이 생음악을
연주한다. 오늘
모든 것이 주인을 위해서다
솔로몬이 시바에게
시바가 보낸 사신에게 솔로몬 이르기를
그대를 내 사신으로 여왕께 돌려 보낸다
가서, 여왕의 금을 내가 거절하는 게
그리함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값지게 여길 것인지
배울 수 있을 터이니, 그것을 받는 것보다 낫다고 아뢰어라
여왕은 옥좌를 사랑하겠지만, 그러나 그것은
진짜 어전으로 인도하는 문을
들어서지 못하게 가로막을 따름이다
가서 여왕께 전하여라, 마음으로 올리는 깊은 절이
수많은 제국들보다 달콤한, 바로 그것이 왕국이라고
홀연 모든 것을 두고 떠난 이브라임처럼
어지럼증 일으키며 방랑의 길에 나서라고
좁은 우물에서 사물들이 그들의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한낱 돌멩이와 쇠붙이가
소꼽놀이하는 아이들에게 사금파리가 그러하듯이
무슨 대단한 보물처럼 여겨지고 있다
가서 여왕께 말하여라, 바로 그 우물에
요셉이 앉았다가 마침내 새로운 깨달음으로
올라가는 밧줄을 잡았다고. 끝없이 바뀌는
생명의, 연금술이 유일한 진리라고
내 가장 고약한 버릇
내 가장 고약한 버릇은 겨울 날씨에 지쳐서
함께 있는 사람을 고문하는 것
당신이 여기 없다면, 아무 일 없는 거다
아무래도 나는 명료함이 부족하다
내 말은 뒤틀리고 엉클어졌다
나쁜 물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그 물을
강으로 돌려보내라
나쁜 버릇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나를
당신에게 돌려보내라
소용돌이치는 버릇이 물에 들었거든
바닥을 파서 바다까지 길을 내어라
거기에는, 너무 크게 상처를 입어
아무것도 희망할 수 없는 자들에게만
제공되는 신비스런 약이 있다
희망을 품은 자들이 그것을 알게 되면
경멸당했다고 느낄 것이다
네가 사랑하는 친구를, 할 수 있는 대로
오래오래 바라보아라, 그가
너를 등지고 떠나든 아니면 너에게로
다시 돌아오든, 상관치 말고
불면증
내가 그대와 함께 있을 때 우리는 밤을 새웠지
그대가 여기 없는 오늘 나는 잠들지 못하네
이 두 불면증으로 인하여, 그리고
그것들의 서로 다름으로 인하여, 신을 찬양하라!
잘된 일
포도주가 술통 가득 넘쳐나는데
잔이 없구나
우리에겐 아주 참 잘된 일이다
아침마다 덕분에 달아오르고
저녁에도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들이 말하기를, 우리에게
장래가 없단다
옳은 말이다
우리에겐 아주 참 잘된 일이다
신선함
춥고 비 내릴 때
그대 더욱 아름답다
쌓이는 눈은 나로 하여금
그대 입술로 더욱 가까이 가게 한다
태어난 적 없는 내면의 비밀,
신선함이여, 나 지금 그대 곁에 있다
어떻게 오는지 또는 가는지
나는 설명 못 한다. 그대 갑자기
들어오면, 나는 아무데도 없다
어전에서
대상 없는 사랑
대상 없는 사랑보다 훌륭한 사랑이 없고
목적 없는 일보다 만족스런 일이 없다
그대 만일 잔꾀와 속임수를 버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슬기로운 계교렷다
나는 작은데
나는 사람들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작은데
이 큰 사랑이 어떻게 내 몸안에 있을까?
네 눈을 보아라, 얼마나 작으냐?
그래도 저 큰 하늘을 본다.
동방의 주인님
노예여, 동방의 주인님이
여기 계심을 알아라
나부끼는 먹구름이, 그분의 번갯불을
네게 비추고 있다!
네 입술의 말은 어림짐작이나
그분은 경험으로 말씀하신다
크게 다르다
독수리처럼
독수리처럼 깎아지른 벼랑에서, 자네
날고 있다고 생각해라
홀로 숲속을 산책하는 호랑이처럼
걷고 있다고 생각해라
배불리 먹고 난 지금
자네는 참으로 당당한 모습이다
꾀꼬리나 공작하고는 오래 있지 말아라
하나는 목소리뿐이고
하나는 색깔뿐이다
비파
나는 그대를 비파처럼 껴안고 싶다
그리하여 사랑으로 함께 울 수 있기를
그대는 오히려 거울에 돌을 던지고 싶은가?
내가 거울이다. 그리고 여기 돌도 있다
거울
우리는 거울이자 그 속에 비치는 얼굴
순간의 영원을 맛보고 있다
우리는 고통이자 고통을 치료하는 약
달콤한 생수인 우리는
그것을 퍼내는 항아리
씨를 묻고 덮어라
너는 노래, 간절히
바라는 노래
귀를 통하여, 하늘이 있고
바람이 불고 말없는
깨우침이 있는, 중심으로 가거라
씨를 묻고 덮어라
네가 네 일을 하는 곳에
새싹이 돋으리니
밤바다
우리는 섬광으로 가득 찬
밤바다
여기 함께 앉아 있는 동안 우리는
물고기와 달님 사이의
공간
사랑의 비법
살아 있는 것들은 서로
얼굴을 들여다본다
오늘도 그러고들 있다
우리는 어떻게 사랑의 비법을 지키는가?
이마로 이마에 말하고, 그것을
눈으로 듣는다
샘을 향해 걸어라
지구와 달이, 그들이 사랑하는 것을
맴돌 듯이 돌아라
돌아가는 것은 무엇이든
중심에서 온다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은 곧 당신에게로 향한 길이었다.
내가 거쳐온 그 수많은 여행은 당신을 찾기 위한 여행이었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조차도 나는 당신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당신을 발견햇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당신 역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2004/09/01 17:27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사상가이자 시인,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태어난 잘랄루딘 루미(1207~1273)는 이란.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등을 아우르는 서남아시아 페르시아문학권에서 '문학의 신' 으로 불리는 시인이다. 당대의 학자이자 사상가였던 아버지를 두었던 루미 역시 젊어서는 학문에 정진했지만, 노스승이 다른 문하생들에게 살해당한 후 설교와 가르침에서 손을 떼고 내면의 명상에 빠져든다. 신비주의의 본질.교리를 우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한 루미는 생애 마지막 10여년 동안 전6권분량으로 '정신적인 마쓰나비' 라는 대작 서사시를 남겼다. ---------------------------------------------------------------------------------------------------- 13세기 회교 신비가, 그의 집안은 대대로 학자와 신학자, 법률학자의 집안이었다. 루미도부친의 뒤를 이어 왕실의 후원 아래 전통적인 종교 교사의 길을 걸고 있었다. 그는 전통에 입각한 종교학자, 금욕주의자로 네 대학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학자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운명처럼 떠돌이 늙은 수도승 카브리즈의 샴스를 만나면서 완전히 다른 삶의 길로 접어들었다. 검은 모자의 샴스를 처음 보았을 때를 루미는 이렇게 묘사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오직 그만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거기 불꽃처럼 타오르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가 내게 다가왔을 때 나는 두 눈이 멀어 버렸다." 샴스는 루미에게 다가와 말했다. "나는 이 세상의 돈을 다른 세상의 돈으로 바꾸는 자이다." 루미를 만난 샴스는 루미의 책들을 모두 우물 속에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루미에게 말했다. "그대는 이제부터 책을 읽지 말라." 루미는 그 후 책을 읽지 않았다. 또 샴스는 말했다. "이제부터 그대가 아는 지식을 절대로 남에게 말하지 말라." 그후 루미는 침묵을 지켰다. 샴스는 루미가 지금까지 책에서 읽어온 것들을 실제로 삶 속에서 체험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진리를 가르쳤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일 주일이 넘도록 방문을 걸어 잠그고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결과 두 영혼은 하나로 결합되었다. 루미는 이렇게 시에서 표현했다. "전에 내가 신으로 생각했던 그 존재를 오늘 나는 한 사람 속에서 만났다." 그러자 많은 이들이 루미와 샴스의 우정을 질투했다. 그들은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서 샴스를 멀리 다른 지방으로 떠나게 했다. 그러나 샴스가 다시 루미를 만나기 위해 돌아오자 사람들은 마침내 샴스를 죽여 버렸다. 샴스가 죽었을 때 루미는 그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다만 그는 홀로 정원에서 이렇게 읊었다. "운명의 펜은 절대로 철자법이 틀리는 법이 없도다!" 샴스를 만나기 전에는 루미는 시인이 아니었다. 샴스와의 만남을 통해서 루미는 시인이 될 수 있었다. 그의 시들은 샴스와의 만남을 찬양하는 내용과 '벗'이 돌아오기를 슬픔과 갈망 속에 기다리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자신의 작은 자아를 버리고 보다 큰 우주적 자아에게로 녹아드는 존재의 황홀감이 그의 시에 담겨있다. 루미의 시는 회교 신비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말한다. "신으로 가는 데에는 많은 길이 있다. 그 중에서 나는 춤과 음악의 길을 택했다. 그 춤과 음악은 나의 스승에게 바치는 것이다." 류시화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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