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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인터뷰, 그것은 '영적인 작업'

by 법천선생 2011. 11. 21.

,박순천(출처: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

인터뷰는 르뽀글의 기초자료임과 동시에 그 자체로도 훌륭한 르뽀글, 르뽀문학이 될 수 있다. 님웨일즈는 김산을 인터뷰 함으로써 '아리랑'을 탄생시켰고 피에르 부르디외의 '세계의 비참'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로 만들어졌다. 요즘 사람들이 생생한 일상생활과 보도된 적이 없는 '신선한 생각'들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현장 작업인 '인터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간지, 잡지에서는 매호마다 인터뷰 기사가 실리고, 사이버 공간 안에서는 인터뷰 전문 사이트인 '퍼슨웹'이 만들어졌고 '지승호'라는 인터뷰 전문가도 탄생하였다. 인터뷰 글도 종류가 다양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룬 '긴 생애사'나 특별한 경험, 한 주제에 대한 짧은 견해을 담은 글도 있다. 그 글의 형식도 다양하다. 인터뷰어가 면담자의 입장에서 서술한 글도 있고 면담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살려 정리한 글, 질문과 응답이 있는 대화식으로 이루어진 글들도 있다.


1. 인터뷰의 생명력은 무엇인가
현장작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내용'을 얻을 수 있다. 개인들이 겪은 풍부한 인생경험과 그를 둘러싼 사회 정치적인 체험을 생생한 언어로 재현해내는 일은 매력적인 일이다. 특히 공개화된 기록 자체가 소수의 힘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면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배제된 언어의 결합체일 것이다. 인터뷰는 이런 배제된 말들의 회복 작업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결정적이었던 사건이나 경험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강력한 경험은 시간과 공간을 멈추고 끊임없이 기억 속에서 재생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통해 그것을 기록해야 한다. 이런 기록은 대부분 '구술'의 형태를 띤다. 구술은 인터뷰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구술'자료를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미국 콜럼비아 대학에서는 부설로 <구술사 연구소>를 만들었다. 1년에 2500여명 이상의 학자들이 구술자료수집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 작업으로 천권 이상의 책과 수백편의 논문을 써낸다.

2. 인터뷰 방법
1) 신뢰- 깊이있고 솔직하게 면담자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생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터뷰어와 면담자가 서로 신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터뷰어는 면담자를 믿어주고 그 개인사의 독특성을 인정해야한다. 그의 시각과 감정, 사고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어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면담자는 '대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인터뷰어가 면담자의 가장 노골적인 문제나 상황을 끄집어내도 공격적이거나 위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피에르부르디외는 이러한 인터뷰을 '영적인 작업'이고, 면담자의 독특한 요구에 따라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지적인 사랑'이라고 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인터뷰어는 받아들인 면담자의 내용을 '사회구조적인 관점'으로 객관화 시켜 거리를 유지한다. 특히 자신과 정치적인 신념이 다른 사람(극우주의자)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더 신중하고 사려 깊게 사회적으로 접근하여 거리를 유지 할 필요가 있다.

2) 이용허가서 - 인터뷰를 왜 하려 하는지 어디에 쓸 것인지 솔직하게 밝힌다. 이렇게 밝히고 나면 면담자가 거기에 맞춰서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는데 더 풍부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다양하게 한다.

3) 사전 준비과정- 면담자의 개인적인 역사, 즉 그의 독특한 삶의 궤도와 그가 처해져 있는 사회, 환경적인 조건, 일의 조건에 대해 사전에 알아서 정리해 갈 필요가 있다. 면담자에 대한 사전지식은 인터뷰 과정에서 부적당한 질문과 강요하는 질문을 하게 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적절한 질문을 즉석에서 계속 만들어 줄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그때그때 인터뷰어와 면담자가 만들어 내는 말들을 추적해 가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신문하듯이 질문하는 것은 피해야 하고 최소한 2번 이상 인터뷰를 해야한다.


4) 분위기 - 면담자 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 준다. 일상적인 의사교환을 제약할 수 있는 여러조건을 가능한 만들지 않는다. 시간은 충분히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넉넉해야 하고 면담자가 거북한 점, 부족한 점, 요구사항이 있으면 말하게 해서 해소한다.

5) 의미- 인터뷰의 상황과 질문자체가 면담자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 불행한 상황 견딜 수 있는 힘을 주거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벗어나게 하거나 노인분들 자신의 인생 잘 마무리 할 수 있게 도와준다

6) 기억 보완 - 정확하게 기억 할 수 있게 그 당시 배경상황을 구체적으로 말해서 환기 시킨다. 왜곡된 사실이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다시 되물어 수정한다. 사람은 자신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무의식적으로 기억에서 지워버리거나 왜곡해서 기억한다. 그 점에 유의하여 질문한다.

7) 긴 시선 -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독특한 무언가를 발견하기는 쉽지않다. 살아온 여정이 다 비슷비슷하고 거기서 거기인 것 처럼 느껴진다. 이럴때는 길게 보는 시선이 중요하다. 혼자 사는 시골 할머니의 삶에서 시의 냄새를 맡고 금속 기계공의 삶에서 철학을 느껴본다.


3. 인터뷰 글 쓰는 방법

1) 인터뷰 글은 일종의 번역작업- 구두로 말한 내용을 읽기 쉽게 '글'의 형태로 드러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한다. 인터뷰 중에 말한 모든 것을 다 기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발음, 목소리, 억양, 리듬, 신체언어, 본론에서 벗어난 여담, 글로 옮기기에는 애매한 말들을 다 적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에 따라 그 왜곡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번역에서는 번역자가 중요하듯이 인터뷰은 글로 옮기는 사람이 중요하다. 미국 하층 흑인 여성들의 생활에 관한 구술 기록집 은 흑인여성의 증언을 문법적으로 정확한 '대학 교육을 받은 백인 여성들의 언어'로 바꾸어서 출간하여 '구술자의 생생한 삶의 현실로부터 언어를 빼앗아 기록을 박제화하였다'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글쓰는 사람의 보는 관점, 사실 취사 능력, 편집방법에 따라 같은 내용이라도 정반대로 기록될 수 있다.

2) 인터뷰 글의 장점- 비록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왜곡되기는 하나 인터뷰 글은 구두보다 더 생생히 내용이 전달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불필요한 부분을 삭제하고 그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잘 드러내 주었을 때 가능하다. 구체적인 예증과 사건, 상황, 상징적인 이야기들은 문학작품 처럼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또한 면담자가 속한 계층 특유의 속성을 생동감 있게 살릴 수도 있다.

3) 쓰는 방법
ㄱ. 면담자의 목소리 직접 담는 방법- 그 사람이 쓰는 말투, 사투리 그대로 생생히 드러나 있다
(참고자료-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여자이야기)

나가 스무살에 딸을 낳고 즈그 아부지 간 뒤에 유복이 하나 낳응께 딸이 둘이제. 긍께 나도 8년동 안 혼차 살면서 고상도 헐만치 혔제. 인자 나가 딸네 둘을 데불고 딴 방에서 자거든. 그라믄 시어머니가 시방 생각허믄 즈것이 마음이 빈해진가 안 빈해진가 그것 볼라고 그란 거 같어. 전에는 여 가 방이면 저가 문이 있어. 그 문으로 살짝 들어와서 나를 찔벅찔벅해. 나 간 떠 볼라고 문도 똑똑 뚜드려보고. 시어마이가 그랑께 나는 나대로 간이 커지제. 또 잠이 살짝 들믄 가만히 이불 밑으로 손을 여갖고 나 몸수색하고 그래.. 우뜬 남자가와서 이래 손을 대도 가만 있을 거인가 어첳 거인가 그거 염짬 보니라고 그래. 그러믄 누구냐고 나가 소리지를 때도 있고 발로 툭 차뿌리기도 하고 그랬제. 그런 것을 다 직감(참고)살았어. 어디 가서 홀아비라도 만나서 살으라는 소리는 시상 없이도 안해. - 나 사는 동안은 좋은 시상이 안 나올랑갑소(금산댁 할머니)-

ㄴ. 인터뷰어가 면담자의 삶을 서술하는 방법- 인터뷰어의 성향에 따라 글 내용이 바뀔 수 있다. 사물을 보는 눈이 깊은 인터뷰어가 쓰는 글은 직접적인 구술보다 훨씬 생동감있게 그 사람의 인생을 잘 드러내준다. (참고자료- 권기봉의 청계천 만물박사 이용진 대진정밀대표, 님웨일즈의 아리랑)

그가 대진정밀이라는 개인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82년이다. 71년 상경해 월급쟁이 생활을 하다 77년 지금의 금형 일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82년 창업한 이 대표. 네 명의 직원을 데리고 있었을 때도 있지만 지금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솔로 오너'다. 실제로 금속·기계·공구 상가가 발달되어 있는 이 근방에는 적잖은 작업장들이 1인 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