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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운동선수들의 미래

by 법천선생 2011. 12. 1.

- 설문대상: 금메달 리스트 111명 중 84명이

설문에 응답(미 응답자는 당시 베이징 올림픽 참가)

- 조사기관: 연세대 스포츠레져학과

- 그림: 2008년 9월 2일 KBS2 TV 방영

[시사기획 쌈]슬픈 금메달 中



1. 은퇴 후 마땅히 할 것 없는 대한민국 운동선수

2008년 9월 2일 KBS2 TV 방영되었던 ‘슬픈 금메달’에서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금메달리스트들 조차 은퇴 이후 준비가 미비하고 사회 적응에 대한 두려움도 높았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은퇴 후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제도적 지원도 미비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은퇴 선수의 직업 분포와 직업 분류 부분인데 금메달리스트라고해서 모두가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미루어볼 때 메달을 따지 못하거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은퇴 선수들이 지도자를 하는 퍼센트는 32%라는 수치보다 더 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미래육성’ 유소년 및 초·중·고 지도자

한국테니스 간판스타 이형택 선수가 선수생활 20년을 마감하고 은퇴하며 그는“제2의 이형택을 만들기 위해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미래 꿈나무들을 육성하고 자신만의 지도자 철학을 갖기 위해 유소년 및 초·중·고 지도자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테니스의 간판 스타였던 이형택은 은퇴 후 강원도와 춘천시의 지원을 받아 ‘테니스 아카데미'를 개원하여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일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유소년·청소년 지도자로 활동하며, 2009년 FIFA U-17(17세 이하) 월드컵 8강 진출 때 사령탑이었던 이광종 감독(현 U-19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비롯하여 2002년 월드컵 4강 주역인 유상철은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 감독으로 있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운동선수들이 은퇴 후 유소년 및 초·중·고 지도자로 활동 중에 있으며, 이러한 과정 중에 성과가 좋으면 프로나 국가대표 코치와 감독으로 부름을 받기도 합니다.


3. 체육관련 업종종사자

‘송충이는 풀잎만 먹고 산다’는 말이 있듯 지도자 외 다양한 방향으로 체육 관련 직업을 택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해설위원입니다. 수 많은 선수들이 은퇴 후 방송 마이크를 잡고 경기를 해설하고 있습니다. 월드배구스타 김세진(KBSN)을 비롯하여 야구에서는 유일한 4할 타자였던 백인천(SBS SPORTS), 김용희(SBS SPORTS), 호통 해설의 이순철(MBC-ESPN), 박노준(SBS) 등이 있습니다. 축구에서는 월드컵 해설위원 차범근(SBS), 김대길(SBS SPORTS), 이상윤(MBC-ESPN) 등이 있으며, 이 밖에 타종목 대부분의 해설위원들도 선수 출신이 많습니다. 이들의 장점은 선수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감 넘치는 해설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흥국생명 배구 프런트로 일하는 진혜지, ‘김미현 골프월드’(골프연습장)을 개설한 김미현, 3년 연속 홀드왕에 빛나는 차명주는 은퇴 후 재활 전문가로 활동하며 중ㆍ고교 야구 후배들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이렇듯 선수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분야의 새로운 접근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4. 다시 학생으로

가방끈이 길어지는 운동선수들도 늘고 있습니다. 물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프로에 가서도 공부를 병행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SK와이번스의 에이스 김광현 선수(건국대학교 체육교육과)입니다. 황선홍 감독, 김주성(대한축구협회 국제부장)등은 석사학위를 보유하고 있고, 홍명보 감독은 박사 논문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경기대학교 1학년 때 축구선수를 그만두게 된 김창희 씨와 충암 고등학교 3학년때 까지 야구선수로 활약했던 김민우 씨는 각각 1년과 3년의 편입 준비 끝에 올해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에 편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운동선수로 성공하기가 어렵고 안정적이지 못한 직업적 특성 때문에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며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5. 새로운 직업 개척

낮선 곳은 항상 경계하게 되고, 몸과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수십년 동안 운동에만 매진했던 운동선수들에게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은 두려움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은퇴선수들이 새로운 분야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요식업 분야로 진출해서 성공한 사례입니다. ‘오리 궁둥이’로 유명했던 김성한(전 해태 야구선수)은 고급 중국집, 1996년, 1997년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안방마님 최해식(전 해태 야구선수)은 배달 전문 중국집, 오랜기간 삼성의 2루를 책임졌던 배대웅은 갈빗집을 운영하는 등 많은 운동선수들이 은퇴 후 위험도가 낮다는 이유로 식당을 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골프연습장'을 차린 신동주(전 KIA 야구선수), ‘토털 뷰티숍' 대표 이상훈(전 LG 야구선수), '소주방’ 사장님 최익성(전 SK 야구선수) 등 체육 관련 분야 외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변호사나 의사와 같이 전문 직종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모습의 원인은 학생 운동 선수들의 원활하지 못한 학업 환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6. 프로팀이나 국가대표 지도자의 길

선동열(야구), 황선홍(축구), 허재(농구). 이들의 공통점은 각 종목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스타플레이어였다는 점과 현재 프로스포츠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수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은 비교적 쉽게 프로스포츠와 국가대표 감독으로 진출합니다. 이는 선수시절의 명성이 감독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올림픽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홍명보 감독도 은퇴 후 비교적 빠른 시기에 청소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되었습니다. 또한 얼마 전 은퇴를 선언한 프로농구 최고 인기스타 이상민 역시 지도자의 길을 가겠다고 한 점을 보더라도 스타플레이어들은 대부분 프로팀 또는 국가대표 코치나 감독으로 진출하는 모습이 많습니다.


7.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

앞서 여러 가지 진출로에 대해서 언급했지만, 사실 운동선수가 은퇴 후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이는 아시다시피 공부 하지 않고 ‘운동’만을 강조하는 엘리트 스포츠의 만연함이 주된 원인입니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승부에만 집착하는 경쟁적인 학생스포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미국을 예로 들면, 메릴랜드 대학에서 뛰었던 최진수(연세대)가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농구가 아닌 학업이었습니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는 일정 학점이 나오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시킬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며, 공부하는 운동선수 만들기 항상 힘쓰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역시 작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학생 축구 경기는 주말리그제로 변화하였고, 곧 학생 야구 역시 동참할 예정입니다. 또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100경기 이상 출전 선수를 대상으로 한 AFC C급 지도자 강습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강습의 목적은 K-리그 선수의 은퇴 후 계획과 진로를 모색하는데 도움을 주고 효율적인 선수생활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되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문화가 정착되고 스포츠 종목별 은퇴 후 운동선수 관리 및 교육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선진국형 대한민국 스포츠를 통해 멋지게 선수들이 인생의 2막을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신동백(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