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상의욕자극

고양이의 반운 공능

by 법천선생 2012. 7. 4.

 나는 젊었을 때 충청남도 마곡사라는

절에서 산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절 살림을 도맡아 했는데,

음식을 준비하고 모든 생필품에 책임을 져야 하는

아주 막중한 일이었다.


 한 번은 절에서 큰 행사가 열렸다.

전국에서 스님들과 신도들이 몰려왔다.


 그러다 보니 음식 준비가 큰일이었다.

그중에서도 두부를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우리는 며칠씩 걸려 두부를 만들어 물속에 넣어두었다.

마곡사에는 창고에 큰 나무통이 있었는데,

나무통에 물을 가득 채워 두부를 보관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창고에 들어가 나무통을 보니 두부가 두 덩이나 없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또 두 덩이가 없어졌다.


 그 이후로 매일 두부가 한두 덩이 없어진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창고 문은 항상 큰 자물쇠로 잠겨져 있는데,

도대체 이게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 말인가.


 그 일이 알려지자 서로 의심하는 바람에

절 분위기까지  흉흉해졌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왜 매일 두부가 많지도 않은

딱 두 덩이만 없어지는가 하는 점이었다.


 두부에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꺼번에 다

들고 갔으면 될 터인데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절에 아마 나쁜 귀신이 장난을

치는 모양" 이라며 두려워했다.


 어느 날 내가 꾀를 하나 냈다.

창고에 앉아 밤을 새우며 도둑을 잡기로 한 것이다.


 나무퉁 뒤 기둥에 숨을 죽이고 앉아 있었다.

' 누구 소행인지 꼭 밝혀내고 말리라.'


 한 시간이 지나가고 두 시간이 지나가고 세 시간이 지났다.

지루하기도 하고 졸음도 쏟아졌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이윽고 새벽이나 됐을까.

이상한 소리가 창고 구석에서 들렸다.


 귀를 쫑긋 세웠다.

뭔가 이상한 그림자가 천천히 나무통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옳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구나.

나는 숨죽이며 그림자의 정체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사람 같지가 않았다.


 잠시 후 그 그림자의 주인공이 드러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고양이었던 것이다.


 고양이는 숨을 죽이고 나무통 가장자리에 앉아

가만히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머리는 낮게 숙이고 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물속만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물속에 있던 두부 한 덩이가 점점

떠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고양이가 물 밖에서 그것을 재빨리

낚아채더니 입으로 가져가서는 아주 맛있게 먹어버렸다.


 그리고는 유유히 창고를 빠져 나갔다.

고양이는 창고의 나무틀에 난 구멍을 통해 드나들고 있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두부가 움직인다는 말인가.


 그러나 에너지를 집중하면 가능한 일이다.

고양이는 물속에 있는 두부가 떠오를 정도로

온 에너지를 집중시킨 것이다.


 고양이의 의식은 오직 한 점에 맞춰져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가 이러할진대 사람이 이렇게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무한한 결과가 나오겠는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이것이 고양이의 대분심이다.

이런 고양이의 마음 상태만 같으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우리 수행은 이와 같아야 한다.

모든 에너지를 가장 중요한 한 점,


 즉 '나는 무엇인가, 오직 모를 뿐' 에 집중해야만 한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아 어떤 조건이나

상황에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열심히 수행하면 어느 시점엔가

이 움직이지 않는 마음은 엄청나게

폭발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