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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욕자극

경허선사의 숨은 수제자 수월선사 이야기

by 법천선생 2018. 4. 24.


옛날 스님들은 스스로 도를 통하지 못혔으면

누가 와서 화두 참선법을 물어도 "나는 모른다"

고 끝까지 가르쳐 주들 않았어.


꼭 도를 통한 스님만이 가르쳐 주었는디,

이 도통한 스님께서 이렇게 생각하신단 말여.

"저 사람이 지난 생에 참선하던 습관이 있어서

이 생에도 저렇게 참선을 하려고 하는구나.


그러면 저 사람이 전생에 공부하던 화두는

무엇이었을까?"

도를 통했으니께 환히 다 아실 거 아니여. 혀서

"옳다. 이 화두였구나" 하고 바로 찾아 주시거든.


그러니 이 화두를 받은 사람은 지난 생부터 지가

공부하던 화두니께 잘 안하고 배길 수가 있남.

요즘은 다 글렀어. 또 말세고 말이야!
모두가 이름과 위치에 얽매이다 보니, 누가 와서

화두를 물을 짝이면 아무렇게나 일러 주고 만단

말이지. 안 일러 주면 자신의 이름과 자리 값이

떨어지니께 말이여.

그래서 화두를 아홉번 받았느니, 여덟번 받았느니 하는디,
이래 가지고서야 워찌게 도통을 한다고 할것인겨!

지가 꼭 공부하던 화두를 일러 주니께 틀림없이

공부를 이루고 바로 도를 통하는겨. 자신 만만하니께

도통하는겨.

옛날 사람들은 화두 공부가 잘 되지 않더라도,

화두를 바꾸지 않고 "나는 열심이 모자라니께 열심히만

정진하면 꼭 성취할 것이다."는 한생각으로 마음을

몰아 붙여 오로지 한길로만 애쓰다가 도를 통하기도 혔어.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그게 아니여. 쓰잘데기 없는

몸과 마음에 끄달려, 조금 하다가 안 되면 그만 팽개치고

 "소용 없다"고 하거든. 이게 다 아상(我相)이 많아서 그런겨.

무엇이든지 한가지만 가지고 끝까지 공부혀야 하는디,

이것이 꼭 밥 먹기와 매한가지여.똑같은 밥 반찬이라도

어떤 사람은 배불리 맛있게 먹지만 어떤 사람은 먹기 싫고

또 어거지로 먹으면 배탈이 나는 뱁이거든.

공부도 마찬가지여. 염불을 열심히 혀야 할 사람이 딴

공부를 하니 잘 안 되는겨. 중이 되려면 처자권속을 죄다

버려야 혀. 모두 다 버리고 뛰쳐나와 일가친척 하나 없는

곳에서 열심으로 닦아야 혀.

아버질 생각한다든지 어머닐 생각한다든지 가족을 생각할

것 같으면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지가 않거든. 무슨 공부든지

일념으로 해야 혀
위찌케든 일념을 이뤄야 되지, 이 일념이 안 되면 이것 저것 다
쓸데없는겨.

그래서 옛날 도통한 도인네들은 부모 형제 모두 내버리고

중이 되어 홀로 공부했던 거여.


도를 깨치지 못하면 두 집에 죄를 짓게 되는겨
집에 있으면서 부모님을 열심히 위하면 효도라도 되는데,

이런 효도도 못하고 집을 나와서는 도도 깨치지 못하니 두 집에 죄를
짓게 되는 거 아녀.두 집안에 죄짓지 말고 "워쩌튼 죽어라 혀 보자"
해서 부모 형제 모다 버리고 이렇게 산단 말이지

"한 집안에 천자가 네 명 나는 것보다도 도를 깨친 참 스님 한 명
나는게 낫다." 이런 말을 옛날부터 많이 들었지. 만일 중이 되어
도를 통할 것 같으면 이 공덕으로 조상의 모든 영령들과 시방삼세의
중생들이 다 이고득락(離苦得樂) 할 것이니 이 얼마나 좋으냐 말여.

이 세상이라는게 중이 되면, 머리가 있고 없고 글이 있고 없고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여.차라리 그런 것들은 없는게 훨씬 나아.
참으로 살람되기가 어렵고, 천상천하에 그 광명이 넘치는 불법
만나기가 어려운데 말이지,

사람 몸 받아 가지고도 참 나를 알지 못하고 참 나를 깨치지 못하면
이보다 더 큰 죄가 워디 있을겨.사람 몸 받고도 성불 못하면
이보다 더 큰 한이 워디 있을겨.

부처님께서도 "나는 너를 못 건져 준다. 니가 니 몸 건져야 한다."
하셨어.그러니 참 그야말로 마음 닦아가지고 니가 니 몸을 건지지
못하고 그냥 죽어 봐라.이렇게 사람 몸 받고도 공부를 이루지 못하고
그냥 죽어 봐라.다 쓸데 없다.
어느 날에 다시 이 몸을 기약할 것인가.


<수월스님은 일생동안 한번도 법상에 오른 일이 없는 것 같다.
여기 실은 수월스님 말씀은 중국 북간도에 있던 화엄사에서
몸을 다쳐 며칠 머물게 된 어느 독립군 연설 단원에게 들려 준 법문이다.
수월스님에게서 큰 감화를 받은 이 독립군 연설단원은 그 뒤 몽고에서

스님이 되었다.>


 

출처: 김진태, <달을 듣는 강물>(수월스님 일대기), 해냄출판사,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