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독서편지 – 2,280
치매, 우리 모두의 문제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신지 벌써 횟수로 5년이 되었다.
5년 전 고향에서 혼자 계시다 화장실 갔다 쓰러지신 것이다. 맏이인 언니가 수원으로 급히 모셔왔고 입원을 시켰다. 춘천에 거주하는 나는 직장 핑계로 마음만 졸이고 있었다. 다행히 정신은 차리신 것 것 같았는데 다음이 문제였다. 속을 썩였던 오빠를 기억 못했다. 그리고 동생이 아는 사회복지사를 통해 치매로 인한 등급을 받게 되었고 그렇게 어머니는 치매노인이 되셨다. 큰 언니가 모시고 있다 힘겨워하여 동생 가까이 있는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했다.
환경이 좋은 요양원은 대기번호를 받아야 했다. 급한 대로 5층 건물의 개인이 운영하는 곳에 자리가 있어 모셨는데 3개월 간 적응을 위해 면회 금지라고 했다. 아쉽긴 했지만 죄인의 마음으로 어머니를 달래어 입소를 시켰다. 그렇게 심한 치매는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누구도 모실 수 없는 형편이 아니기에 어머니께 상황을 설명을 했다. 모든 것을 이해하신 듯, 평소 말이 없는 분이시기에 고개만 끄덕이었다.
문제는 요양원의 간호사들이 동생에게 매일같이 전화를 해서 불평을 하는 것이다. 어머님께서 밤에 안 주무시고 돌아다니신다고 해서 죄인의 마음으로 병원 면제 처방 받아서 넣어 드리고 기다렸다. 화장실 문제, 주변 할머니와의 불화 등 사사건건 불평을 들어야 했던 동생이 힘들다 못해 면회를 통해 엄마에게 부탁을 해보기도 했다고 한다. 하루는 가족이 모여 주말 면회를 하면서 잠깐 외출을 했고 시간이 되어 방까지 모셔드릴 기회가 있었는데, 보니 분위기도 어둡고, 거동이 불편하신 옆 침대 할머니께서 뭐라고 투덜대셨다. 밤에 화장실을 자주 가서 잠도 제대로 못 자겠다는 등 우리에게 투덜대는 것이었다. 내가 듣기에도 상당히 짜증 나는 말들이었다. ‘아 그러시냐고 죄송하다’고 대신 말하고 돌아왔는데 그날 저의 어머니가 그 할머니에게 해꼬지를 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할머니는 치매는 아니었다. 성격이 강한 분이신 것은 분명했다. 그날 나도 화가 났다. 동생에게 내가 보고 갔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딸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욕설을 퍼부으니 평소 말이 없던 분이 참다 터진 것이 그나마 그 정도라 다행이라고, 치매 어르신을 모시면서 정상적인 어르신으로 문제를 삼으며 우리들에게 불평을 하냐고, 어떻게 그런 마음과 태도로 요양원 운영할 생각을 하냐고 그랬더니 그 이야기를 동생은 요양원을 소개해 준 사회복지사 친구에게 전달했고 그분이 대신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옆 침대 할머니와 다른 방으로 어머니를 모셨고 일은 일단락되었다.
그렇게 1년 정도 머무르시다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에서 자리가 빈다고 하여 옮겼고 여기서 아주 안정적으로 계시는 중이다. 물론 집만 못하겠지만 주말마다 가족들과 만나 생활하고 동생네에서 하룻밤 자기도 하고, 춘천 우리 집도 하룻밤 주무시고 닭갈비도 드시고 가셨다. 겨울이면 독감 문제로 방문을 제한했지만, 꽤 자유로운 생활을 하셨기에 집에 가자는 말은 더 이상 안 하신다.
코로나19로 방문을 못하고 있으니 전화상으로 코로나 이야기만 나오면 전화를 끊어 버리신다. 친척들 사진과 함께 앨범을 만들어서 넣어드렸으니 자주 들여다 보신다고 한다. 이렇게 치매는 가장 가까운 어머니와 함께 하고 있고 우리는 치매환자의 보호자가 되었다. 치매는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함께 하고 있다.
어머니가 왜 저런 행동을 하실까 보다 그나마 가족을 알아보고 거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신경을 써서 부모님을 챙길 수 있게 되어 나 자신이 위로를 얻는다. 한때 아버지는 나름 알아주는 재력 있는 한량이셔서 따르는 여자들이 많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무덤 앞에서 그렇게 눈물을 보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셨을 정도로 말이 없고 감정을 절제하면서 사셨기에 요양원의 생활이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으리라 싶다. 이번에 백신 주사 투여 문제도 많이 고민스러웠다. 스스로 선택하기가 어려운 분이시지만 적어도 대화를 할 시간이 있어야 했는데, 유리문으로 마이크를 통해 병원 의사선생님의 선택을 따르라고 했을 뿐이다.
치매가 걸렸어도 낳아 주셨고 키워 주신 나의 어머니인 것을...
공부를 하면서, 몸이 약해지고 기억력이 약해지는 것에 대해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조금은 천천히 여유롭게 나 자신을 다스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존 홉킨스 의대 교수의 치매 일문일답』, 피터V.라빈스, 지식의 날개, 2020
2021년 4월 7일(수)
독서교육공동체를 꿈꾸는 사회적기업!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평생회원 조현지
강원도 화천 사내고등학교 교사, johyeonj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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