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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욕자극

뱃사공의 비유

by 법천선생 2026. 1. 5.

우리는 흔히 “얼마나 오래 염불 명상을

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했는가입니다.

 

이것은 뱃사공과 조정 선수의 비유로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뱃사공은 십 년, 이십 년을 강 위에서

살아왔을지라도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안전하게, 큰 힘 들이지 않고 강을 건너는

것입니다.

 

반면 조정 선수는 다릅니다.
단 일 년만 훈련을 했더라도 그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노를 젓는 것.

만약 이 둘이 “누가 더 빨리 강을 건너는가”

로 내기를 한다면 결과는 어떨까요?

 

경험의 연수로만 보면 뱃사공이 앞서

보이지만, 목표와 훈련 방향이 다른 만큼
오히려 단 일 년 훈련한 조정 선수가
이길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 비유는 독서와 명상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는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경험을 합니다.


이른바 독서삼매의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이 상태는 명상삼매와 얼마나

다를까요?

 

놀랍게도,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집중, 몰입, 자아감의 희미해짐, 그리고 깊은

내적 고요.


이 모든 요소가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여기로 옮겨집니다.


명상을 오래 한 사람과 독서를 오래, 많이 한

사람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생길까요?

 

그 차이는 ‘무엇을 읽었는가’와 ‘어떤 마음으로

읽었는가’에 있습니다.

 

단순한 재미와 자극을 위해 흥미 위주의 만

화책만 읽는 사람과, 성경이나 불경처럼
진리에 대한 가르침을 삶의 문제로 끌어안고

읽는 사람은 전혀 다른 차원에 서 있습니다.

 

후자의 독서는 지식의 축적을 넘어 저자와의

교류이고, 궁극적으로는 존재와의 대화가 됩니다.

 

만약 책이란 저자의 정성과 수행의 깊이가
고스란히 담긴 그릇이라면, 우리가 어떤 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독서의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방향과 밀도입니다.

 

뱃사공처럼 강을 건너는 독서가 될 것인가,
조정 선수처럼 삶의 강을 가로지르는 독서가

될 것인가는 지금 우리가 들고 있는 그 책에서

이미 결정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