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절. 같은 스님. 같은 기간 염불 수행.
김 거사와 정 거사는 거의 모든 조건이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유명한 동화작가였고,
한 사람은 동대문 시장에서 옷장사를 하는
평범한 상인이었습니다.
늘 절에서 도담을 나누면 경전 이야기,
세상 이야기, 유익한 정보는 항상 김 거사의
몫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정 거사가 꿈속에서 본
극락세계를 이야기합니다.
놀랍게도, 경전을 수없이 읽은 김 거사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정확했습니다.
그 순간 김 거사는 깨닫습니다.
“아… 수행의 깊이는 지식의 양이 아니구나.”
김 거사 자신은 늘 이렇게 염불했습니다.
“부처님, 깨닫게 해 주세요.” “가피를 주세요.”
“행복을 주세요.” 마치 은행 창구에 가서
필요한 것을 요청하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장사하는 정 거사는 달랐습니다.
“부처님, 모든 것들을 다 맡깁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이유도 없고, 조건도 없고, 바람도 없이
감사만 했습니다.
김 거사는 부끄러워졌습니다.
자신은 염불을 하면서도 명예, 지식,
자식의 성공, 재산… 손에 꽉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결심합니다.
모든 짐을 내려놓고 정 거사처럼 감사로
염불하기로.
마치 용광로에서 쇳물이 녹아내리듯
가슴 깊은 곳에서 감사가 끓어오르도록.
무언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받은 것에 감사하며 염불 하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자 어느 날, 그에게도 몽중가피가
찾아옵니다.
정 거사와 비슷한 극락세계를 보게 된
것입니다.
같은 염불. 다른 마음. 부처님께 요구한
사람과, 부처님께 모든 걸 맡긴 사람.
수행의 깊이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완전히 내려놓았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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