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뒤에도 착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불교에서는 사람이 육신을 떠난 뒤에도
자신이 지은 업(業)의 힘을 따라
새로운 인연처를 찾아간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까마귀로 태어날 업을 가진 영혼에게는
초라한 까마귀 둥지가 마치 황금 궁궐
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뱀으로 태어날 인연을 가진 영혼에게는
무서운 뱀이 아름다운 여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업의 장벽, 즉 무명(無明)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업에 끌려가게 되는 것입니다.
옛날에 한 스님이 있었습니다.
평생 욕심을 부리며 살았지만
다행히도 <금강경>의 사구게 한 구절만은
늘 외우고 다녔다고 합니다.
죽은 뒤 그 스님은 이리저리 헤매다가
너무나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까마귀 둥지였습니다.
스님은 그곳으로 들어가려 했습니다.
그 순간 허공에서 우레 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릇 모양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다.
만약 모든 모양이 실상이 아님을 알면
곧 부처를 보리라."
평생 외웠던 금강경의 가르침이
마지막 순간 스님을 깨운 것입니다.
그제야 스님은 눈을 뜨고 까마귀 둥지의
실체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발심하여 불법을 닦을 수
있는 곳에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주는 가르침은 분명합니다.
죽은 뒤의 길은 죽어서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을 때의 수행이 준비합니다.
오늘 하루의 염불 한 번, 경전 한 구절,
바른 마음 하나가 언젠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우리를 어둠에서 깨워주는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눈을 떠라. 눈을 떠라.
업이 보여주는 환상이 아니라
진실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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