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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스깐학습법/스스로 하기

부모도 잘못을 많이 한단다, -굄돌님의 좋은 글에서-

by 법천선생 2011. 6. 5.

"아이를 감당할 수가 없어요.

엄마랑은 말도 섞으려고 하지 않아요.

 

사사건건 삐딱선이고.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어요."

 

중 2 아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어떤 엄마의 하소연이다. 일단 아이를 만나보기로 했다.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그 아이는 세상 모든 어른들에 대해서

벽을 쌓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잘못 접근했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 아이가 만나겠다고 할지도 의문이다.

그런데 어렵사리 허락을 받아냈다는 기별이 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나와 줘서 고마워.

난 네가 안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거든."

 

시큰둥한 자세로 앉아있던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나와줘서 고마워, 라는 말에 약간 마음이 흔들린 것 같다.)

 

"별로 나오고 싶지 않았지?"

"네."

"모르는 사람은 아니잖아?"

"네."

 

"난 무엇이 너를 힘들게 하는지 그걸 물어보고 싶었어."

"....."

묵묵부답이다.

 

기다렸다. 아이가 입을 열 때까지.

"그냥 힘들어요. 다."

"부모님하고 관계는 어때?"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물었다.

아이가 나를 바라봤다.

똑같은 어른인데 말하면 뭣해? 라는 눈길이다.

 

"부모들도 잘못할 때 많거든. 자식을 키우다 보면 그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중에 보면 영 아닐 때도 많고.

그래서 자식 키우면서 철이 든다고 하지.

자식이 크는 만큼 부모들도 함께 성장하는 거야."

 

여기까지 말하자 아이가 눈을 번쩍 떴다.

 

'부모들도 잘못할 때가 많단다.'

'어른들도 자식 키우면서 철이 들고 자식과 함께 성장한단다'

라는 말을 어른의 입을 통해 듣게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겠지.

 

드디어 아이의 입이 열렸다.

어디서 그 많은 말이 쏟아져 나오는지 놀랍다.

 

아이의 마음을 닫게 한 첫 번째 원인은 부모였다.

아이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부모가 싫었다.

 

완벽한 척하는 부모는 자신에게 넘기 힘든 벽이었다.

 

두 번째 원인은 가야 할 곳이 어딘지 모르고

마냥 헤매고 있는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자존감이 없는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성은

'분노가 많거나 의욕이 없거나'이다.

 

그 아이의 상태가 그랬다.

그것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잔소리하고

몰아부치기만 하니 아예 마음을

닫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이가 말을 배울 때쯤이면 부모들은

"잘못했다고 해." 라며 잘못을 비는 법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왜 잘못인지도 모른 채

"잘못했습니다"라며 손을 싹싹 비빈다.

 

그러면서 정작 부모들은 어떠한가.

자식들에게 막말하고 무수히 많은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좀처럼 '잘못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내가 많이 부족한 부모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어떨까. 그래도 아이들에게 지금처럼

완고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완벽하길 바라지 않는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못났으면 못난대로

자신을 인정하고 자식들 앞에서도 솔직할 수 있는 부모를 좋아한다.

 

"미안해. 엄마(아빠)가 잘못했어.

엄마(아빠)가 많이 부족하지? 앞으로는 더 많이 노력할게."

 

쉽지 않지만 자녀들에게 자주자주 해야 될 말이다.

꼭꼭 닫혀 있던 아이들의 마음이 활짝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