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절 저절 떠돌아다니며 정진 수행으로 보내던 어느 날,
비몽사몽(非夢似夢)간에 혜암 선사가 홀연히 나타나
준엄하게 꾸짖으시기를 “무릇 세상사 모두가 환(幻)임을
알 터인데 무엇에 집착하며 무엇을 얻고자 그토록 헤매었는고?
이제부터 잘 보임하여 법을 펴도록 하라.” 하셨다.
나는 ‘그 동안 이 모든 시련이 법을 펴게 하기 위한 시험이었구나.
그래 삶이 환인 것을…. 이제 내가 할 일은 상구보리 하화중생
(上求菩提 下化衆生)이다.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부처님의 혜명을 밝혀 법을 펴야겠다.
그래야만 노사(老師)의 법을 이어 사은(四恩)을 갚게 되리라.’
하고 생각했다.
나는 그 날부터 깊은 숲 속 바위 위나 방안 등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앉고 서고 눕는 가운데 화두를 들어
의단(疑團) 가운데 몇 개월을 지냈다.
그러다가 깊은 산속으로 찾아들어 몇년을 불기 없는
바위동굴을 의지하여 비닐 한 장을 쳐놓고 오직
화두삼매에 들어 정진하며 지내며 처음에는 밥을,
그리고 나서는 생식을 나중에는 벽곡을 하며
삼매가운데 시간을 잊고 지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새벽 갑자기 생사업(生死業)을
녹이는 광명을 체득하게 되었고, 삼천대천세계가
나와 둘이 아님을 보게 되었다.
그 법열(法悅)은 마치 벙어리가 꿀을 먹은 것처럼
누구에게 설명할 수도, 말로 표현할 수도 없었다.
이 같은 희열로 그 동안의 괴로움과 슬픔과 분노가
모두 꿈을 꾼 듯 하라지고 오로지 환희로움뿐이었고,
이제 생사없는 안심입명처(安心立命處)를 얻었으니
더 오래 이 몸을 끌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마저 사라졌다.
그러나 문득 혜암 선사의 준엄한 꾸짖음이 나를
경책하는 것 같아 의식을 다시 정리하여 “법을 펴자!
법을 펴는 데 있어서는 속인(俗人) 열 명, 백 명을
눈 밝도록 지도하느니 스님 댓 명만 혜안(慧眼)을
갖추도록 지도하자.
그렇게 되면 그들이 여러 중생들을 제도할 것이요,
그 여럿이 더 넓게 많은 중생 을 제도할 것이다.”
하는 생각으로, 이제 스님들을 지도하는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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