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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 없애기
여기서 말하는 인식이란, 문자화된 생각(개념), 문자화되기 전의 느낌과 감정 등으로서,
뇌에서 인지되어지는 모든 것을 뜻한다. 이 수행을 하게 된 계기는, 생각하고 느끼는
내가 있고서는 도저히 고(苦)를 여읠 수 없다는 심정이 당시로서는 너무나 절박하였기
때문이었다. 인식이 없어져가는 과정을 편의상 세 단계(욕계, 색계,무색계)로 나누어 기
술하고자 한다. 단 여기서의 삼계의 분류는 본인의 편의로 나눈 것일 뿐, 불가의 분류와
는 같지 않음을 미리 밝혀둔다.
제1단계 욕계 없애기(개념 없애기)
내가 보기에 개념의 세계는 인간의 욕망이 가장 치성하게 작동하는 세계로 인식되었다.
00년, 00일부터 공부하기 좋은 본인의 토굴에서 개념 없애기를 시작하였다. 자세는 굳이
가부좌를 고집하지 않았으며, 편안하게 앉거나 누워서 하였다. 처음에는 눈을 뜨기 보
다는 감고하는 것이 편했다. 눈을 뜨면 안팎의 세계가 한꺼번에 밀려들어 감당하기 어려
웠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떠오르는 모든 생각(문자로 만들어진 개념)을 지워나갔다. 물론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지만, 나의 열망이 너무나 절박하였고, 죽을 각오로 거의 식음을 폐(하루 한 끼
정도)하고 해나가니, 약 일주일이 경과되자 제법 탄력이 붙어갔다. 아마도 먹는 게 적고,
운동을 하지 않고, 모든 생계활동을 정지하였기에 기력이 쇠하여 수월하게 진행된 듯하
다. 수면은 아마도 3~4 시간 쯤이었겠지만, 잣다는 기억이 별로 없고, 꿈속에서도 계속
하였다는 느낌이다. 비몽사몽...
2주가 지나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머릿속이 현저히 고요해졌기 때문이었다. 무겁
고 거친 개념들은 거의 떨어져나가고 그다지 의미가 강하지 않은 일상의 언어들이 오락
가락했다. 이때부터 눈을 뜨고 ‘개념 없애기’를 하였는데 놀라운 일들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었다. 물끄러미 TV를 보고 있는데, 그것이 원래 그곳에 있었다는 느낌이 없고, 갑자기
허공에서 입체적으로 툭 튀어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얼마나 놀랐던지!” 바깥의 하늘을
보아도 그렇고, 방안의 써까래며 전등 등, 무엇을 보아도 허공에서, 아무것도 없는 공간
에서, 툭! 툭!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 때야 왜 그런 현상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알 것도 같다.
대개 바깥의 경물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것은 머릿속에 이미 그 경물이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 이미지를 지우고 나니, 바깥 경물은 보는 것마다 첨보는 것이며, 생경스러울 수밖
에 없었으리라! 여기까지가 간결하게 기술한 개념 없애기 단계이다.
제2단계(색계 없애기)
여기서 말하는 색계란, 이미지와 이미지의 테두리를 뜻한다. 이미지는 앞의 “개념 없애기”
에서 하였지만, 아직 미세하게 남아있었다. 테두리의 형태로... 이 때 부터는 주로 눈을 뜨
고 하였지만, 나중에는 뜨기도 하고 감기도 하면서 없애기를 하였는데, 뜨거나 감거나 별
로 차이가 없었다. 마음이 많이 고요해지고 자신감이 붙어서, 가벼운 산책도 하였지만,
외부와의 교통은 일체 끊고 있었다. 쇼파에 편안히 기대 앉아 보이는 모든 형태를 없애가
기 시작하였다. 눈을 감고도 하였으며 양자를 적절히 배분하였다. 그냥 생각 없이 직감으
로...
약 보름이 지나자 곤혹스런 일이 발생했다. 튀어나오는 경물의 형태가 변형되기 시작하더
니 입체감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평면으로 인식되어버린 것이다. 산책을 하려고 문지방
을 넘는 데 허걱! 발밑이 푹 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산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방안만 맴돌고 있는데,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문을 열어둔 것과 닫은 것의 차이를 인
식하지 못해, 닫힌 문에 몸을 부딪히기도 하고, 열린 문도 벽같이 느껴져서 발을 떼놓을 수
가 없었다. 덜컥 겁이 나기도 하고, 마음에 격심한 동요가 일어났다. “이러다 식물인간이
되는 게 아닌가? 내 인생 여기서 종치는 것은 아닌가?”
죽을 각오로 하였지만, 막상 이런 상태에 빠지고 보니 삶의 애착이 일어났다. 화장실도 가
기 어려운데 어쩌지? 궁리 끝에 가까운 도반을 부를까 하다가 그냥 안부 전화만 하고 말았
다. 단축 번호 하나를 누르는데도 얼마의 시간을 소모했는지... 달포가 지나가자, 눈을 뜨고
있는데도 모든 형태가 사라졌다. 빛과 색깔은 없어지지 않았고, 뭔가 하얀 색 이미지?
이미지는 아니고, 뭔가 있다는 미세한 느낌?? 경계도 없고, 테두리도 없는 그 무엇!!
여기까지가 2단계 없애기에 대한 약술이다. 사실, 기억이 선명하지 않아 쓰기가 어렵다.
1단계 때 보다는 훨씬 충격적이었고 너무도 리얼했던 것 같은데...
3단계(무색계 없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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