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두 명의 목동이 미라래빠를 찾아왔다.
그 중 어린 목동이 여쭈었다.
"선생님, 선생님에게도 친구가 있나요?"
미라래빠는 대답했다.
"그래 나에게도 친구가 있단다."
"누구죠?"
"그의 이름은 '보리심'이란다."
"지금 어디에 있나요?"
"우주의 씨앗 의식(아뢰아식)이라는 집 안에 있지."
<아뢰아식-인간 내면의 뿌리 깊이 감추어져 있는
여덟 번째 의식으로, 존재를 존재이게끔 하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씨앗이 이 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 탄생과 죽음을 거듭하여도
없어지지 않으므로 무의식, 삼라만상을 나타나게 하는
근본 종자의 저장소이다.>
"그게 어디에 있는 집인가요?"
"이 육신이 바로 그 집이란다."
그러자 어린 목동은 다시 여쭈었다.
"우주 의식은 마음을 뜻하고,
육신은 마음의 집을 뜻하는가요?"
"바로 그렇단다."
소년은 계속 물었다.
"선생님, 집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소유이지만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으며
언제나 많은 사람이 하나의 집에 살고 있지요.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하나의 육신에는 오직
하나의 마음만이 살고 있나요, 아니면
수많은 마음들이 살고 있나요?"
"자. 이제부터 육신 속에 마음이 하나 살고 있는지
여럿이 살고 있는지는 네가 스스로 찾아보도록 하여라."
소년은 미라래빠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어린 목동이 미라래빠에게
찾아와서 말씀드렸다.
"선생님, 제가 어젯밤에 밤늦도록 마음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더니
마음은 하나뿐이었어요.
그 마음은 없애려 하여도 없어지지 않고,
죽이려 하여도 죽일 수 없고, 붙잡으려 하여도
잡히지 않고, 눌러두려 하여도 눌러둘 수가 없었어요.
머물게 하려 해도 가만히 있지 않고,
도망가게 버려둬도 달아나지 않고,
모아두려 하여도 묶여 있지 않았어요.
보려고 하여도 보이지 않고, 알려고 하여도
알 수가 없었어요.
그것이 없는 것이라면 있음을 느끼지 않아야 할 텐데
항상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것은 깨어 있고 살아 있는 것이지만
이해할 순 없어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도무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선생님, 부디 마음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미라래빠는 소년을 위해 노래하였다.
앙치는 목동아, 나의 노래를 들으렴.
아무리 설탕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도
단맛을 체험할 수는 없는 법.
달콤한 맛이 어떻다고 마음으로 알지라도
혀 끝에 닿아야만 체험되듯이,
마음의 본성 또한 온전히 알기 어렵네.
하지만 스승이 곧바로 가르쳐주면
언뜻 볼 수는 있다네.
하나 이렇게 언뜻 보지 않더라도
마음의 본성을 찾고 또 찾으면
마침내 온전히 알게 되리니
사랑하는 목동아,
네 마음 지켜보려무나.
소년은 말씀드렸다.
"선생님, 그렇다면 저에게 마음의 본성을
곧바로 알게 해주는 가르침을 주세요.
그러면 오늘밤 집에 가서 곰곰히 생각해보고
내일 아침에 그 결과를 말씀드릴게요."
미라래빠는 소년에게 대답했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지.
네가 돌아가거든 마음의 색깔이
어떤지 알아보아라.
그리고 마음의 모양이 어떤지도 알아보아라.
그리고 또 그것이 너의 몸 속 어느 구석에
숨어 있는지도 알아보아라."
이튿날 아침, 해가 산머리에 떠오를 때
목동은 양떼를 몰고 동굴로 찾아왔다.
미라래빠는 목동에게 물었다.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았느냐?"
소년은 대답했다.
"예, 알아봤어요."
"어떻게 생겼더냐?"
"마음은 색깔도 없고 모양도 없고,
맑은 것도 같고, 투명한 것도 같고,
움직이는 것도 같으나 예측할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어요. 마음이란 것이 눈과 관련을 맺으면
볼 수 있고, 귀와 관련을 맺으면 들을 수 있고,
코와 관련을 맺으면 냄새를 맡을 수 있고,
혀와 관련을 맺으면 맛을 볼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며,
발과 관련을 맺으면 걸어다닐 수가 있어요.
몸이 안절부절못하면 마음도 또한 초조해져요.
몸이 건강할 때는 마음이 몸을 다스리지요.
하지만 몸이 늙고 병들어 죽게되면 마음은
아무런 미련도 없이 그걸 던져버려요.
마음은 매우 실질적이고 융통성이 있어요.
그러나 몸은 고분고분하게 조용히 있질 않고
자꾸만 마음을 괴롭혀요.
아파서 못 견딜 정도로 마음을 괴롭히기도 해요.
밤에 잠이 들며 마음은 도망가버려요.
하지만 꿈을 꾸면 마음은 또 열심히 활동해요.
모든 고통은 바로 이 마음에 원인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러자 미라래빠는 소년에게
노래를 들려주었아.
양치는 목동아, 귀담아 들으렴
몸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있고
마음은 몸의 결정적인 요소라네.
악도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은
윤회 세계의 죄수.
마음이랴말로 윤회 세계 벗어나는 열쇠라네.
소년아, 저 언덕 가고싶으냐?
소년아, 해탈의 행복한 도시에 살고 싶으냐?
소년아, 원한다면 그 길을 보여주리라.
거기 가는 길 내 가르쳐주리라.
노래를 듣고 목동이 외쳤다.
"그렇고 말고요, 선생님. 저는 이미 마음의 길을
찾으려고 결심했어요."
미라래빠는 소년에게 물었다
"소년아 , 네 이름이 무엇이지?"
"쌍계깝이에요."
"나이는?"
"열여섯 살이에요."
이에 스승은 '삼귀의'의 가르침을 전해주면서
그 뜻과 중요성을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소년에게 당부하였다.
<삼귀의-1 지혜와 복덕을 갖춘 부처님께
돌아가 의지합니다. 2 탐욕을 떠난 진리에
돌아가 위지합니다. 3 모든 무리 가운데 존귀한
수행 승가에 돌아가 위지합니다.>
"집에 돌아가거든 오늘밤 이 삼귀이를 계속
염송하고, 귀의하는 것은 무엇인지,
마음인지 몸인지 알아보고, 내일 다시 와서
말해보도록 하여라."
다음날 아침 목동은 다시 찾아와서 말씀드렸다.
"선생님, 어젯밤에 저는 귀의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았어요. 그런데 몸도 마음도 아니었어요.
몸을 관찰하면 머리에서 발가락까지 각각 기관이 있고,
이름이 있지요. 이 전체가 몸인데 이것이 돌아가
의지할까요? 그럴 순 없어요.
왜냐하면 마음이 떠나버리면
몸은 죽어버리잖아요.
몸이 죽어버리면 시체가 되는데,
시체가 어떻게 돌아가 의지하겠어요?
게다가 시체는 썩으면 없어져 버리니 몸은 결코
부처님에게 돌아가 의지할 수가 없어요.
그렇다면 마음이 돌아가 의지한단 말인가 하고
곰곰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마음 또한
돌아가 의지할 수 없어요.
<돌아가 의지해야 할 대상이 있다면
돌아가 의지해야 할 주체도 있을 것이다.
그 주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목동의
탐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음은 단지 마음일 뿐이에요.
지금의 마음이 있으면
나중에 일어나는 마음이 있거든요.
그래서 마음이 두개가 되요.
현재의 마음과 미래의 마음이지요.
현재의 마음이 돌아가 의지하려 하면
그 마음은 곧 사라져버려요. 현재의 마음도
미래의 마음도 이내 사라져버리니 부처님에게
돌아가 의지함이 있다면, 이 마음은 고정되고
변하지 않는 것이어야 하겠지요.
그래서 육도세계를 윤회해오면서 과거나
미래의 무수한 생들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어야 할 거예요.
그런데 저에게는 그런 기억이 없거든요.
저는 과거의 생을 기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래 생 또한 어떻게 될지 몰라요.
작년의 마음은 이미 지나가버렸고,
내일의 마음은 아직 오지 않았고,
현재의 마음은 변하고 있어 가만 있질 않아요.
선생님, 저에게 설명해 주세요.
소년의 질문에 응하여 미라래빠는 노래했다.
사랑하는 목동아, 귀담아 들으렴
나에 대한 집착은
의식의 성향일지라도
이 의식 자체를 가만히 살펴보아라.
나라는 것이 어디 있느냐,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마하무드라의 가르침을 행하여
그 어떤 실체도 없음을 보게 되면,
그제서야 새로운 눈 뜨게 된단다.
마하무드라의 가르침을 행하려면
큰 신심과 겸손, 진리에의 열망으로
기초를 세워야 하리.
인과응보의 진리를 수행길로 삼고
스승에게 의지하여 입문하고
은밀한 가르침과 교의를 수행하면
마침내 대완성을 성취한단다.
가르침을 받으려는 제자는
선한공덕 쌓아야 하고
고통과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죽음에 대적하는 불굴의 용기 지녀야 한단다.
사랑하는 목동아, 너는 할 수 있느냐?
있다면 행운의 아들이요,
없다면 더 이상 말하지 않아야 하리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깊이 생각해 보아라.
간밤에 너는
'나'라는 것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나니,
이것이 바로 개아의 '나 없음의 수행'이란다.
만약 뭇 존재가 텅 비어 있음을 알려거든
내가 보여주는 길을 따라 12년을 명상하렴.
그때가 되어서야 마음의 본질을 알게 되리니
소년아, 이를 깊이 생각해보아라.
미라래빠는 이 소년이 실제로 수행할 수 있을지의
여부를 알아보려고 다음과 같이 가르쳤다.
"먼저 삼보에게 간절히 기도하고,
붓다의 모습을 너의 코앞에 그려보도록 하여라."
...................
미라래빠는 먼저 그에게 오계를 주고
진리의 가르침을 베풀렀다.
<오계-1 살생하지 말고 2 훔지지 않으며
3 삿된 음행을 하지 말고 4 거짓말하지 말고
5 술마시지 말라.>
그리고 '본래 갖추어진 대지혜'의 가르침을 주었다.
그후 그는 열심히 수행하여 지고한 명상 체험들을 하게 되었다.
미라래빠는 매우 기뻐하며 노래를 불렀다.
진리를 입으로 떠드는 자는
많은 가르침을 아는 듯하여도
육신을 떠날 때는
허공에 던져진 듯 막막하다네.
임종 때 정광명 밝아지나
<정광명-대개 임종시에는 법신의 정광명이
잠시 빛을 내지만 어리석음과 습관적인 번뇌망상
때문에 이를 깨닫지 못하여 해탈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무지에 휘감긴 이는
공포와 혼돈에 휩싸여
진리의 몸 볼 기회를 놓치고 마네.
일생 동안 경전을 연구하며 지내더라도
죽음에 임하여 마음이 떠나는 순간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네.
아, 오랜 세월 명상한 수행자들도
깨달음의 일시적인 체험들을
초월적인 대지혜로 혼동하여
스스로를 속이고 즐거워하네.
하여 죽음이 닥쳐와 법신의 초월지가 밝게 빛나도
어머니와 아들 광명 하나로 만들지 못하니
살아 생전 명상도 도움되지 못하고
악도에 떨어질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네.
<신앙과 명상만으로는
윤회세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경고하는 구절이다.
에고의 완전한 파괴, 아뢰야식에 끈끈하게
붙어있는 습관적인 사고의 씨앗을 완벽하게
없애지 않고는 진정한 해탈을 얻을 수 없다.>
사랑하는 아들아, 귀담아 들으렴!
자세를 바로잡고
마음이 명상에 깊이 용해될 때
생각과 마음이 모두 사라지는 걸 느끼게 되리.
하지만 이는 명상의 겉핥기일 뿐이니,
마음을 쏟아 한결같이 수행하면
밝은 등불처럼
눈부신 자각이 마음속에 빛나리.
그것은 꽃과 같아 순수하고 밝으며,
광막하고 텅 빈 하늘을 응시하는 느낌이네.
텅 비어 있음을 깨달음은
밝고 투명하면서도 생생하기만 하네.
그러나 눈부시게 투명한 이 무념의 체험은
선정에 대한 느낌일 뿐이니
이것을 토대로 삼아
더욱 삼보에 간구하며
깊은 사색과 관조로 실상을 꿰뚫어야 하리.
이리하여 무아의 대지혜는
깊은 명상의 생명줄에 묶이네.
자비의 힘과 보리심에 대한 서원으로
깨달음으로 가는 큰 길을
분명하고 또렷하게 알면서도
기실은 아무것도 보는 바가 없네.
하여 기대와 두려움 녹아
도달함 없이 불타의 경지 이르고
봄이 없이 진리의 몸을 보며
수고함 없이 모든 일을 성취하네
사랑하는 아들아, 진리를 찾는 자야
이 가르침을 가슴속에 간직하렴!
.............
이 장은 미라래빠가 목동 제자인 쌍계깝래빠를
만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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