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산업으로서의 농업과 일자리 문제[민미연 포럼]
[김상하 <일자리가 사라진 세계> 저자]
2013년 8월 런던의 한 스튜디오, 초빙된 요리사가 준비된 햄버거 패티를 굽는다. 시식자들은 빵과 함께 자신들의 앞에 놓인 햄버거 패티를 조심스럽게 잘라서 입에 넣는다. 시식자들의 시식 평이 이어진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시식 행사가 아주 특별한 이유는
이 자리에서 제공된 햄버거 패티에 있다.
이날 시식자들에게 제공된 햄버거 패티는 보통의 햄버거
패티처럼 곡물과 풀을 먹고 사육된 가축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용된 패티는 행사의 주역인 마크 포스트 교수 팀이 지난
3개월간 실험실에게 배양한 인공고기, 즉 배양육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햄버거를 시식한 시식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순 살코기만으로 이루어져 육즙이 부족하고 향미는 부족했지만,
진짜 고기와 별로 차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행사에서 제공된 고기가 100% 근육세포만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고기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배양육이란, 말 그대로 실험실에서 배양을 한 고기이다.
살아있는 동물 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하고 양분을 제공해
실험실에서 배양해서 만든 고기로, 영어로는 cultured meat,
in vitro meat, lab grown meat 등으로 불린다. 한마디로,
'인공고기'다.
남은 부분은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단가를 낮추는 일만 남았다.
2013년 마크 포스트 교수팀의 시식 행사에서 사용한 햄버거 패티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금액은 무려 32만 5000달러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100g당 8달러 수준으로 급격하게 낮아졌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대량생산 체제로 배양육 생산이 시작된다면,
가격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배양육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인구와 그로
인한 식량 부족, 그리고 환경 오염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농작물 생산방식, 특히 기존의 가축 사육방식으로는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할 식량 생산은 거의 불가능하다.
쇠고기 1킬로그램(Kg)을 얻기 위해서는 물 15.5톤과 사료 7Kg이
필요하다. 인구 증가에 따라 거주할 토지의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늘어난 인구를 위해 더 많은 산과 들, 자연을 파괴해야 한다.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등의 오염을 제외하고도
이런 개발은 자연을 재생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뜨린다.
그러나 모두가 행복한 결말처럼 보이는 이 기술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기존 방식의 축산업 붕괴와 그로 인한 일자리 문제이다.
단가 문제를 고려한다면 배양육 생산에 있어서 대량생산과 자동화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대량 생산 설비를 통해서 고기를 배양해
생산하게 된다면, 이것은 마치 우유 공장에서 젖산균을 배양하거나
제약 회사에서 약품을 제조하는 공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화된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생산된' 배양육은 기존의 목축을 통해
생산한 고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낮은 가격으로, 보다 안전하고,
보다 친환경적이며, 도덕적인 고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현재의 인간노동력을 동원하여 가축을 길러내는 기존의
축산업 시스템은 붕괴가 필연적이다.
1차 산업인 축산업은 거대 자본이 자동화된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고기를
생산하는 제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축을 사육, 도축, 가공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일자리는 사라진다. 축산업자들 대부분도 자기 일을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비에는 변화의 과정에서 피해를 볼 다수의 농민과 생계를
잃게 될 다수의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배려와 대비책 역시 마련되어야
함은 당연할 것이다.
김상하 <일자리가 사라진 세계> 저자 입력 201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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