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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감사훈련

어미니를 그리는 아들의 편지

by 법천선생 2024. 4. 15.

그러니까 네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집에 먹을 것은 없고 엄마는 몹시도

아파서 방에 누워 앓고 계셨다.


굶고 누워만 계시는 엄마를 지켜만

볼 수 없어 보리밭으로 나갔다.


아직 여물지도 않은 파릇파릇한

보리 이삭을 손으로 잡았다.


남의 것을 훔치려니 손이 떨리고 무서웠다.
엄마를 위해 용기를 내어 한아름 뽑아다가
불을 피워 놓고 태워 익혔다.


태운 보리를 네 작은 손가락으로 비벼서
파란 보리알을 골라 하얀 사발에 담았다.
누워 신음(呻吟)만 하시는 엄마 앞에 조심히

사발을 들고 앉았다.

“엄마, 이거라도 드시고 기운(氣運) 내세요.”

엄마는 힘들게 일어나 앉으시더니

내 손을 보시고 사발을 보셨다.
내 손은 까맣게 재가 묻어 있었다.

“어서 나가서 매를 만들어 오너라.”

소나무 가지를 꺾어 매를 만들어 왔다.

“굶어 죽더라도 남의 것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는 거야.”

바지를 걷어 올리고 많이 맞았다.
까칠까칠한 소나무 가지라서 아프기도

많이 아팠다.

“엄마, 용서해 주세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도둑질 안 할게요.”

엄마를 위해 했던 일이 도리어 엄마를

슬프게 하고 말았다.


마음까지 아프게 한 것이 너무 마음에

걸려 울었다.

“이대로 들고 가서 밭주인에게 사죄(謝罪)

하거라”

사발 속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친구 달봉이네 집으로 갔다.


하얀 사발을 앞에 놓고 마당 가운데

무릎을 꿇었다.

“달봉이 엄마, 용서(容恕)해 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달봉이 엄마는 깜짝 놀라 달려 나와

물으셨다.

“난대 없이 이 사발은 뭐고, 용서는

무슨 말이냐?” 

보리타작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달봉이 엄마는 나를 일으켜 세우시더니

내 다리부터 보셨다.


내 종아리를 보신 달봉이 엄마는

나를 안고 우셨다.

“이 어린 자식이 무슨 죄야, 가난이 죄지.

너의 엄마도 참~.”

달봉이 엄마는 눈물을 닦으시며

보리알 사발에 쑥개떡을 담아 주셨다.

“엄마 밥은 내가 만들 테니까,

너는 걱정 말고 가서 쑥떡이나 먹거라.”

먼 눈물 이야기로 시작한 나의 인생길~

이 편지(便紙)를 볼 때면 어린 시절(時節)

어머니와의 추억(追憶)에 눈물이 맺힌다.


나는 어머님의 임종(臨終) 소식(消息)을

도쿄에서 들었다.


타국(他國)에 있는 자식을 기다리다 눈을

감으신 것이다.


갚아야 할 은혜(恩惠)가 산 같은데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신 지
어느새 18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