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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욕자극

의심 없는 믿음, 변함없는 신뢰

by 법천선생 2026. 2. 28.

벌써 십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예전에

기르던 개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따뜻하고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리움이라기보다, 오히려 나를 돌아

보게 하는 깊은 울림 때문이다.

 

그 녀석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지 내 말을

잘 들어서가 아니었다.

 

밥을 먹고 있을 때 일부러 그릇을 빼앗아도,

보통의 개들처럼 으르렁거리거나 이를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주인이 더 좋은 것을 주려는가

보다’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맑고도 전적인 신뢰의 눈빛은 나를

부끄럽게 하면서도 감동하게 했다.

 

그 기대 어린 눈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졌다.

 

그의 믿음은 나를 더 좋은 주인이 되게 했다.

사정상 몸집이 커진 뒤에는 시골 과수원으로

보내야 했고, 바쁜 학교생활 속에서 나는

점점 그를 잊어갔다.

 

그렇게 1년 반쯤 흐른 어느 여름방학,

과수원을 찾게 되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저녁, 입구에 도착

했을 때였다.

 

백여 미터는 족히 떨어진 거리에서 하얀

물체 하나가 번개처럼 달려와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놀라서 안아 보니, 바로 그 녀석이었다.

긴 시간이 흘렀고, 게다가 어둠 속이었음에도

자신을 먹이고 돌보던 주인을 단번에

알아보고 달려와 꼬리를 흔드는 모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그 믿음은 한 치의 의심도, 계산도 없었다.

오직 ‘내 주인’이라는 확신뿐이었다.

 

이제 나는 불법(佛法)을 만나 염불하는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 개를 떠올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과연 석가모니 부처님을 향해 그러한

믿음을 지니고 있는가?

 

보잘것없는 한 마리의 잡종개도, 밥그릇을

빼앗기는 순간조차 주인을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좋은 것을 주려는 것이라 기대했다.

그렇다면 나는 살면서 작은 시련과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어떤 마음을 내고 있는가?

 

원망과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가?

진리를 밝혀주시고, 생사의 바다를 건너는

길을 가르쳐주신 부처님을 나는 얼마나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가?

 

얼마나 기쁜 마음으로 그 가르침을 따르고

있는가?

참된 불자라면 환경이 바뀌고 형편이

어려워져도, 부처님께서 결국은 가장 좋은

길로 이끌어주신다는 믿음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눈앞의 손해와 고통이 곧 은혜의 다른 모습

일 수 있음을 믿는 마음, 그것이 곧 의심 없는

신심(信心)일 것이다.